김경문(사진) 한화 이글스 감독의 야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믿음’이다. 한 번 믿은 선수는 계속 중용하며 끝까지 밀고 나아가는 뚝심이 있다. 김 감독은 “선수 바꾸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올 시즌 개막 직전만 해도 라인업에 큰 변화를 주지 않겠다고 강조했던 김 감독은 이례적으로 초반 승부수를 띄웠다. 팀 타선이 1할대 타율의 극심한 부진에 빠져 침체가 길어지자 엔트리 교체로 극약처방을 한 것이다. 시즌 초부터 뒤처지면 순위 싸움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이다.
한화는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의 주중 3연전에 돌입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한화의 팀 타율은 0.169로 10개 구단 중 꼴찌다. 2025 KBO리그에서 1할대 타율을 기록 중인 팀은 한화뿐이다. 한화의 개막 후 13경기 성적은 4승 9패에 그쳤다. 4차례 완봉패 경기가 나왔고, 2득점 이하 경기가 7차례나 있었다.
한화의 초반 부진 원인은 명확하다. 투타 엇박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 한화는 외국인 1선발 코디 폰세와 토종 에이스 류현진이 이끄는 선발진을 갖췄다. 팀 평균자책점은 4.61(5위)로 투수진이 비교적 선전하고 있지만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신형 거포 노시환(0.163), 주장 채은성(0.167), 외국인 타자 에스테반 플로리얼(0.128) 등 타선의 주축 선수 대다수가 공을 제대로 맞히지 못하고 있다.
한화는 전날 1군 엔트리에 변화를 줬다. 타율 0.067로 침묵 중인 베테랑 안치홍과 주전 우익수로 낙점했던 임종찬(0.136)을 2군에 보냈다. 최근 1군으로 돌아온 하주석이 한화 타선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485의 맹타를 휘둘렀던 하주석은 지난 6일 경기를 앞두고 선수단에 합류했다.
한화는 7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을 목표로 잡고 있다. 하위권에서 시즌을 출발했지만 초반부터 매를 맞은 게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타격만 살아난다면 반등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다행히 위기 속에 해결사로 떠오른 선수도 있다. 2004년생인 프로 3년차 문현빈은 팀 내 가장 높은 타율(0.259)을 찍고 있다. 지난 삼성 라이온즈와의 주말 3연전에선 생애 첫 연타석 홈런으로 4연패에 빠져 있던 팀을 구했다. 채은성, 노시환 등 주축 타자들까지 살아난다면 초반 부진을 이겨낼 수 있을 전망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