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달 중 임기가 종료되는 두 헌법재판관 후임자로 8일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또 야당이 추천해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도 임명했다. 하지만 한 대행의 이번 인사권 행사는 여러 면에서 문제가 있어 보인다.
헌재는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과 국회가 재판관 3인씩을 추천하고 중립적인 대법원장 몫 3인을 더해 9인으로 구성한다. 그런데 선출직이 아닌 한 대행의 대통령 몫 지명이 과연 온당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에도 이런 사례는 없었다. 게다가 이날 국무회의에서 차기 대선이 6월 3일로 확정돼 두 달 뒤 새 대통령이 취임할 텐데 임기 6년 재판관을 미리 지명한 것은 월권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야당과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명 철회를 요구하며 법적 대응 및 인사청문회 거부를 선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법제처장 지명을 둘러싼 논란은 더 심각하다. 이 처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로 40년 지기다. 헌법을 위반해 탄핵된 지 나흘 만에 곧장 그 대통령의 최측근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한 게 과연 적절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 처장은 지난해 계엄 선포 이튿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대통령 안가 회동’을 가졌고 이후 휴대폰도 바꿔 야당으로부터 계엄에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 왔다. 이 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돼 수사를 받아야 할지도 모르는데, 구태여 그런 인사를 왜 재판관으로 앉혔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한 대행이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헌재 9인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국회 몫 마 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다가 뒤늦게 임명한 것도 설명이 필요하다. 당시 여야 합의가 안 됐다는 이유였는데 그 합의는 지금도 안 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 대행의 이런 종잡을 수 없는 인사권 행사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국민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