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속 피어난 믿음과 눈물… 미얀마 주민들 “기도해주세요”

입력 2025-04-09 03:09
최근 대지진이 강타한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아이를 안은 한 여성이 구호품을 받은 뒤 길을 나서고 있다. 피터씨 제공

지난달 발생한 강진으로 수많은 가옥이 붕괴하고 여진이 계속되는 미얀마 만달레이 인근 지역에서 현지인 구호활동가들이 펼치는 사랑의 손길이 지속되고 있다. 고통받는 이재민을 위해 위험을 무릅쓴 이들은 절망의 땅에서 희망을 전하며 외부의 관심과 기도를 호소했다.

희망국제선교회 소속 나실라(32)씨는 지진 발생 소식을 듣자마자 만달레이 인근 아마라푸라 지역에서 구호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8일 국민일보와의 SNS 인터뷰에서 “피해 지역에 물과 쌀, 식용유, 라면부터 더운 날씨를 고려한 이온음료, 야외 생활을 위한 모기향까지 다양한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진으로 길이 막혀 이동이 힘들고 정치적 상황으로 젊은이들이 부족해 인력 수급이 어렵다”며 현장 상황을 전했다.

나실라씨는 건물 붕괴로 어머니를 잃은 한 남성의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어머니는 평소 ‘건물에 무너져 죽기 싫다’고 말했는데 지진으로 실제 그러한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고 했다. 나실라씨는 “어머니의 손을 잡은 아들이 ‘걱정하지 마시고 편히 쉬세요’라며 어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을 위로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고 밝혔다.

나실라씨는 지진 발생 직후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함께 구호활동을 시작했다. 그녀의 구호팀은 선도적으로 활동하면서 다른 구호 단체에 어디에 무엇이 필요한지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나실라씨는 “아무리 재앙처럼 보이는 일이라도 하나님의 뜻과 계획이 있으리라 믿는다. 현재 제가 하는 모든 일마다 하나님의 축복과 도우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만달레이에 거주하는 피터(가명·42)씨도 현지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크리스천인 그는 “심각할 정도로 많은 집이 부서지고 무너졌다. 여진으로 인해 건물들의 추가 붕괴 위험이 크다”고 전했다.

피터씨는 “가장 시급한 것은 모기장이고 물과 생필품도 계속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진 발생 직후 통신망이 끊겼으나 4~5일 지난 뒤부터 인터넷과 전화 상태가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지교회와 선교사들이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생필품을 나눠주고 있지만 구호물품 자체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피터씨는 “코로나 팬데믹과 군부 쿠데타로 이미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이번 지진으로 미얀마인들이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도 “많은 사람이 위로받을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중보기도를 요청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