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어김없이 사람들의 귀를 간질여온 싱어송라이터 로이킴이 이번 봄에는 신나는 밴드 음악을 들고 왔다. 2023년 단독 콘서트 ‘로이 노트’에서 처음 선보였던 미발매곡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밴드 사운드로 새롭게 편곡해서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로이킴은 “오랜만의 봄 신곡”이라며 “발라드 레퍼토리가 많아서 공연할 때마다 처지고, 슬픈 감정에 머물 때가 많아서 이번 봄에는 신나는 밴드 음악으로 돌아와야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발매된 로이킴의 새 싱글 ‘있는 모습 그대로’는 경쾌한 밴드 사운드가 돋보이는 모던록 장르의 곡으로, 로이킴이 직접 작사, 작곡을 맡았다. 지난해 가을 발표한 ‘내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본다면’으로 진정한 사랑의 모습을 노래했던 그는, 이번엔 불완전한 모습이라도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사랑하자는 위로를 전한다.
로이킴은 “완벽한 것도, 완전한 것도 많지 않은 세상에서, 인간은 각자의 모습 그대로라서 아름답다. 그래서 상대에게 완벽하길 바라기보다 있는 그대로 아껴주다 보면 싸움도, 이별도 없이 따뜻함이 머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써 내려갔던 노래”라며 “주변에 결혼을 생각하거나 결혼한 지인들이 있어 그들과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로이킴 특유의 다정하고 섬세한 노랫말은 그대로지만, 이번엔 창법도, 스타일링도 기존과는 다르게 했다. 특히 밴드 스타일을 시도한 건 그의 오랜 로망을 실현한 것이기도 하다. 그는 “중학생 때 밴드부 보컬을 하면서 음악의 꿈을 키웠다. 약간 헤드뱅잉도 하면서 밴드처럼 공연하는 걸 꿈꿔왔는데 이번에 이뤘다”며 “발라드가 아닌 락이라서 그동안의 창법과는 다른, 10년 전 목에 힘을 많이 주고 부르던 창법으로 노래했다”고 했다.
목걸이, 반지 등 다양한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셔츠의 단추를 여러 개 푼 스타일링 역시 새로운 시도다. 로이킴은 “저를 아저씨라고 놀리는 팬들이 많아서 ‘나 아직 오빠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안 끼던 컬러 렌즈도 끼고, 이렇게 액세서리를 많이 하고 나온 것도 처음”이라며 웃었다.
대중의 마음을 건드린 곡은 오랜 시간 사랑받곤 한다. 가수로서 대표곡 하나를 갖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지만 로이킴은 ‘봄봄봄’, ‘그때 헤어지면 돼’, ‘우리 그만하자’, ‘내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등 꾸준히 대중에게 사랑받는 곡들을 내왔다. 그는 대중에게 어떤 곡이 사랑받는지, 팬들이 어떤 모습을 좋아하는지 많이 찾아본다고 했다.
로이킴은 “모든 곡이 소중하지만, 많은 분이 공감하고 좋아해 주시는 음악을 조금은 더 편애하게 되고, 더 소중하게 느껴지더라. 그래서 ‘내게 다음으로 원하는 게 뭘까’ ‘뭘 좋아할까’를 파악하고 있는 게 대중 가수에게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항상 모니터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대중이 좋아하는 것과,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고민은 없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참 어렵긴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같은 것 같다. 많은 분이 제 음악을 좋아해 주시고, 현장에서 함께 소통하고 위로받는 걸 가장 좋아한다. 그래서 대중이 듣고 싶어 하는 음악을 계속해 나가는 게 목표”라며 “시도해보고 싶은 음악도 많지만, 그냥 도전에만 목적을 두고 너무 드라마틱한 변화를 하는 건 듣는 이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봄이면 어김없이 식당에, 길거리에 울려 퍼지는 곡을 갖고 있는 기분은 어떨까. 로이킴은 “(‘봄봄봄’ 무대는) 볼 때마다 민망하지만 감사한 곡이다. 히트곡이라는 게 한 가수의 커리어에서 하나 나오는 것도 힘든 일인데, 하나라도 있다는 게 참 감사하다”며 “‘그때 헤어지면 돼’, ‘우리 그만하자’, ‘내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같이 꾸준하게 사랑받는 곡이, 오랜 시간 열심히 했다고 주는 선물처럼 하나씩 나오는 게 참 신기하다. 이런 게 저를 열심히 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웃었다.
음악 오디션 ‘슈퍼스타 K4’(2012)에서 우승한 스무 살 청년은 어느덧 깊이 있는 감성을 노래하는 30대 싱어송라이터로 성장했다. 로이킴은 “제 가수 생활의 목표는 오랜 시간 사람들이 제 노래를 들었을 때 ‘로이킴 노래 너무 좋았어’라는 말을 듣는 것”이라며 “위아래 굴곡이 많은 인생보다 안정적으로 오래 가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