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대신 서버 쌓는다… ‘데이터센터’ 짓는 건설업계

입력 2025-04-09 00:38
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데이터센터’가 건설업계의 미래 핵심 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AI 고도화로 천문학적 데이터를 저장·처리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고,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건설업계에 새 활로로 여겨지고 있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최근 앞다퉈 데이터센터에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컴퓨터와 네트워크 회선 등을 제공하는 건물이나 시설’을 뜻한다. 일상의 인터넷·클라우드·AI 서비스 등을 구현하기 위한 서버 컴퓨터를 대규모로 모아둔 시설이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저장·처리해 ‘디지털 발전소’로도 불린다.

GS건설은 지난해 국내 건설사 중 최초로 시공은 물론 개발·운영까지 맡는 디벨로퍼로서 경기도 안양에 ‘에포크 안양 센터’를 준공했다. 10번째 데이터센터 준공이다. 한화 건설부문도 2004년 KT 강남IDC 수주를 시작으로 9곳을 준공했고, 창원 IDC 클러스터와 고양 삼송 이지스 데이터센터를 시공 중이다.

현대건설은 이달 8074억원 규모의 경기도 안산 데이터센터 신축공사를 수주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SK에코플랜트 등 국내 대형 건설사들도 데이터센터 사업에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AI 시대의 도래로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이 커졌다. AI 산업을 주도하는 미국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메타·구글 등 빅테크들이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도 미국 AI 인프라에 최소 5000억 달러(약 732조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023~2030년 연평균 성장률 10.9%를 기록해 2030년에는 4373억 달러(약 6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10월 경기도 성남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당시, 카카오톡·멜론·네이버·SK의 일부 서비스 이용이 중단되며 순식간에 온 나라가 마비될 정도로 일상에도 스며들었다.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골칫거리다. 전자파·소음·열섬현상 등을 우려하는 지역 주민 반발로 데이터센터는 기피시설 취급도 받고 있다. 데이터센터에 설치될 고압 전력선로와 냉동기가 전자파·소음·열을 방출해 인체에 피해를 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집값 하락 걱정도 크다. 경기 고양에서는 데이터센터 건립을 반대하며 지역 국회의원과 시·도의원, 주민들이 삭발식을 열기도 했다.

업계에선 방출되는 전자파 노출량이 가정용 전자레인지(29.21mG)보다 낮은 최대 14mG라며 유해성 우려를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혐오시설처럼 여겨지면서 설득이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수주를 추진하는 데이터센터가 있는데 지역 주민 반발이 워낙 거세서 확정되기까지 공개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며 “안전성 검증은 이미 다 됐지만 이미 기피 시설로 굳어져 버렸다”고 말했다.

주민 반발을 고려해 인구밀도가 낮은 외곽지역에 짓기도 쉽지 않다. IT 전문성을 갖춘 노동자들이 수도권을 선호하고, 양호한 통신 및 전력 인프라 등으로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를 가속화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데이터센터는 수십만 대에 달하는 서버와 스토리지를 24시간 가동해 데이터 송·수신에 필요한 네트워크 장비까지 실시간 운영한다. 막대한 양의 전력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뜨거워진 기기들이 망가지지 않도록 냉각하는 데도 에너지가 소모된다. 현재 전력 상당 부분이 화석연료로 생산돼 친환경 기조에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데이터센터에 공급하는 전력을 풍력·태양열·지열 등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만들고, 친환경 방식으로 데이터센터의 냉각 효율을 높이는 ‘그린 데이터센터’ 개념이 부상했다. SK에코플랜트가 인천에 조성한 ‘부평 데이터센터’(1차 준공)는 수소연료전지를 보조 전력원으로 활용한다. 현대건설이 지은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은 자연 에너지를 활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낮춘 친환경 냉각 시스템을 선보였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