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으로 품은 선교원 아이들… 함께하는 교회와 가정

입력 2025-04-09 03:06
지난달 20일 포도나무교회 선교원 아이들이 경기도 용인 교회 교육관에서 찬양하며 율동 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오전 9시 경기도 용인 포도나무교회(여주봉 목사) 교육관. 교회가 운영하는 선교원의 하루를 시작하는 예배를 위해 선교원 아이들과 학부모, 사역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랑반(0~2세) 아기들은 엄마 품에 안겨 있고, 소망반(3세)부터 열매반(6세) 아이들은 스스로 앞자리에 앉았다. 찬양이 시작되자 40여명의 아이들은 인도자의 지휘에 따라 손을 모아 꽃받침을 만들었다가 “포도나무 예쁜 꽃 하나님을 찬양해요”라는 구호에 맞춰 두 팔을 번쩍 올리며 즐거워했다. 부모들도 뒤에서 함께 찬양하며 손을 흔들었다.

포도나무교회는 2016년 신앙을 바탕으로 한 영유아 교육을 실천하고자 선교원을 설립했다. 교회 아동부 및 선교원 담당 사역자 이금주(54) 전도사는 “사역자들과 기도 모임에서 ‘하나님 안에서 자녀세대를 키워야 한다’는 비전을 나누게 됐고 과거 한국교회에서 운영하던 선교원을 떠올리며 이곳을 세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선교원에서는 매주 화요일엔 어머니 기도회가, 수요일을 제외한 월·목·금요일에는 오전 9시 예배가 진행된다. 이날 예배를 마친 뒤에는 선교원 아이들이 다같이 ‘진실’에 대한 성품 교육을 받았다. 아이들은 “진실은 참되고 거짓이 없어요”라는 노래를 따라 율동하는 시간을 가진 뒤 성품교육 담당 선생님이 동화구연으로 들려주는 양치기 소년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성경 중심의 인성·지성·영성 교육
지난달 20일 교육관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려는 아이들이 줄서 있는 모습.

성품교육을 마치자 아이들은 반별로 흩어졌다. 36개월 미만으로 구성된 사랑반 아이들은 줄을 서서 간식을 받는 과정에서 부모의 도움을 받아 기다리는 법과 식사 기도를 배웠다. 간식을 먹은 이후에는 매트에 앉아 플래시 카드를 활용해 숫자와 단어를 익혔다. 3층에서는 열매반 아이들이 가베 놀이를, 믿음반 아이들은 나라별 인사말과 영어로 날씨 표현과 시계 보는 방법을 배웠다. 같은 시각 소망반은 한글 교재를 활용한 언어 교육을 진행했다. 교육 과정은 몬테소리 교구, 성품 30가지를 가르치는 ‘싹난 지팡이’ 교육 콘텐츠 등과 아이들의 창조론적 발달 과정을 돕기 위해 교회가 직접 연구한 커리큘럼을 활용해 이뤄진다.

이외에도 언어 발레 체험학습 등의 다양한 교육이 진행되지만 가장 중요시되는 건 예배와 가정의 회복을 돕는 일이다. 이 전도사는 “‘성경을 기반으로 한 인성 지성 영성 교육’이 우리의 교육철학”이라면서 “성경의 십자가 복음을 통해 성경적 가치관과 신앙을 갖는 게 우선이고 그 다음 성품 교육을 통해 올바른 태도와 예절을 익히고, 지성 교육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가족상담전문가 존 로스몬드의 책 ‘패밀리빌딩’에 담긴 ‘가족을 세우기 위한 능동적 자녀 양육 5대 원리’를 토대로 신앙 안에서 자녀를 양육하는 법을 가르치는 부모 교육도 진행된다.

서로 돕고 함께 성장하는 ‘공동양육’

단순 보육을 넘어 부모와 교사, 아이들이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성장하는 ‘공동 양육’은 이 선교원의 가장 큰 특징이다. 부모들은 각자의 전공과 재능을 살려 직접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선배 부모들은 후배 부모들의 본보기가 되어준다. 형님반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동생반을 도우며 배려와 협동을 배운다. 이 전도사는 “현대사회에서 부모들이 육아의 부담을 홀로 짊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하나님께서 사람을 공동체 속에서 나누며 배우도록 창조하셨듯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원래 학부모로서 선교원을 찾았다가 3년 전부터 주임교사를 맡고 있는 방예나(40)씨는 “예배를 통해 하나님과의 교제를 이어가고 성품 교육을 기반으로 아이들을 양육하는 것이 선교원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선교원의 이런 장점은 금세 부모들의 입소문을 탔다. 이 곳에 아이를 보내고 싶어 교회 근처로 이사까지 한 가정도 있다. 이 전도사는 “선교원에서 아이를 키우며 양육의 행복을 깨닫고 둘째 셋째를 계획하는 경우도 많다”며 웃었다. 그런 덕분인지 이곳에서 올해 태어날 예정인 아이만 10명에 달한다.

세 자녀를 선교원에 보내고 있는 홍혜선(34)씨도 그런 경우다. 세 자녀 가족계획을 세웠던 홍씨는 선교원에서 아이를 키우며 넷째를 결심하게 됐다. 그는 “아이 양육법을 몰라 어려움을 겪었는데 선교원을 통해 가정 전체가 변화하고 안정감을 찾았다”며 “부모와 자식 간 관계가 회복되고 공동체 안에서 함께 배우며 성장하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정관수술을 이미 받은 남편이 복원 수술을 했고 임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사 설명에도 홍씨는 자연임신으로 넷째를 품게 됐다.

포도나무교회 선교원은 현재 광주 예향교회, 충남 천안 등대교회, 경기 의왕 영광교회 등 여러 교회가 벤치마킹하고 있다. 이 전도사는 “교회가 가정과 다음세대를 신앙 안에서 양육하는 사역에 동참하기를 기도한다”면서 “혼자서는 불가능하지만, 교회 공동체 안에서 함께하면 가능하다. 많은 한국교회가 선교원을 세울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용인=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