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詩로 쓰는 성경 인물] <36> 빌립

입력 2025-04-08 03:07

그의 말은
벳새다 해변의 푸른 파도 소리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어 와
꽃을 피웠다
벗을 가까이하며
말을 사랑하였기에
안드레와 나다나엘을
빛으로 인도 하였을까
시각과 지각을 초월한
오병이어의 기적을 보았을 때
그의 심장과 입술은 파르르 떨렸을까
오순절 마가의 다락방에서
불의 혀를 받은 후
꽃 같은 말로 복음을 전하다
히에라폴리스에서 마지막 눈을 감았던
첫 부르심의 불타는 사랑.

소강석(시인, 새에덴교회 목사)

빌립은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이며 특히 요한복음에서 두드러지게 등장한다. 사도행전과 전통적인 교회의 기록에서도 그의 활동이 언급되고 있다. 빌립은 베드로와 안드레의 고향인 벳새다 사람이며 그 이름의 뜻은 '말을 사랑하는 자'다. 예수는 빌립을 직접 불러 제자로 삼았고, 빌립은 예수가 메시아이자 구세주임을 증언하며 지근(至近) 거리에서 예수의 사역을 도왔다. 특히 오병이어의 기적 직전에 예수가 빌립에게 현실적인 상황을 묻는 장면이 있다. 빌립은 인간적인 관점으로 대답했으나 예수는 그 한계를 초월하는 기적을 보였다. 시인은 빌립의 '말'이 사람들의 마음에 꽃을 피운 일, 또 안드레와 나다나엘을 빛 곧 예수께로 인도한 역할을 환기한다. 동시에 오병이어의 기적을 현장에서 목도한 그의 심장과 입술이 어떻게 떨렸을까를 묻는다. 시인은 빌립의 전도사역과 순교를 두고 '첫 부르심의 불타는 사랑'이라고 명명했다.

-해설 :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