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희소금속 공급망의 핵심인 중국이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응해 희토류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 미·중 무역 전쟁의 불똥이 다른 국가로 튀고 있다. 희토류의 경우는 그나마 목표치에 근접한 물량을 비축하고 있지만, 비축분이 적은 여타 희소금속으로 수출 통제가 확대될 경우 공급망 타격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4일 미국에 34%의 관세를 부과하는 동시에 중국산 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34%의 상호관세를 부과한 데 대한 보복 조치다. 수출 통제가 적용되는 품목을 중국 밖으로 수출할 때는 중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희토류란 스마트폰·전기차 등 첨단기술 분야와 친환경 산업에서 주로 활용되는 필수 광물 원자재다. 중국은 이번 조치에서 전기차용 영구자석 첨가제와 원자로 제어봉에 쓰이는 디스프로슘, 형광체·합금첨가제 등에 사용되는 이트륨 등 7개 품목에 대해 수출 통제를 적용했다.
문제는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공급을 사실상 지탱하는 국가라는 점이다. 7일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69.2%가 중국 몫이다. 2·3위 생산국인 미국(11.5%)과 미얀마(7.9%)의 생산량을 합친 것보다 3배 이상 많다. 희토류를 전량 수입하는 한국도 중국 의존도가 높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사마륨 코발트 영구자석 소재(60.3%)와 희토류 금속(80.0%) 절반 이상이 중국산이었다.
중국이 ‘핵심 자원 무기화’에 박차를 가할 경우 공급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는 기존에도 있었다. 정부도 나름대로 비축 물량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대응해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2년 발표한 ‘금속비축 종합계획’은 희토류 등 주요 희소금속 비축량을 2031년까지 평균 54일에서 100일로 확대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번에 수출 통제 대상이 된 희토류 7종의 비축 상태도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디스프로슘과 이트륨 등은 6개월분 이상의 공공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고, 루테튬·테르븀 등 다른 품목은 영향이 제한적이거나 다른 물질로 대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비축량이 충분하지 않은 다른 희소금속으로 통제 대상이 확대되면 문제가 커진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국내 주요 희귀금속의 평균 비축량은 57.5일분에 그친다. 중희토류(180일)·경희토류(71.9일)는 비축 상태가 양호한 편인 반면 리튬(30.0일)·실리콘(19.2일)·스트론튬(2.7일) 비축량은 목표치인 100일분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비축량이 적은 희소금속도) 보관 공간 등 문제로 비축분이 적을 뿐 필요 시에는 빠르게 채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김혜원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