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전 세계 금융시장이 공포에 휩싸인 가운데 월가의 거물들도 관세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억만장자 투자자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은 6일(현지시간) 엑스에서 “상호관세를 즉시 중단하지 않으면 세계가 경제적 ‘핵겨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애크먼 회장은 미국이 그동안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 피해를 입었지만 관세 체제로 인한 피해는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며 트럼프에게 90일간 관세를 유예하고 협상하라고 제안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주말 월가의 심상찮은 분위기를 전하며 “누군가 트럼프를 막아야 한다”고 한 골드만삭스 고위 임원의 말을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12개월 안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을 기존 35%에서 45%로 상향 조정했다. JP모건도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대규모 관세를 유지한다면 “올해 미국과 세계가 모두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엑스에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역사상 미국 경제에 가한 가장 큰 자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별 상호관세가 9일 발효되는 가운데 주요 교역국들은 면제를 끌어내거나 세율을 낮추기 위한 협상에 나섰다.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50개 이상의 국가가 대통령에게 협상 개시를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헝가리를 방문 중이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의 전화를 받자마자 6일 미국으로 향했다. 네타냐후는 7일 백악관에서 트럼프와 회담할 예정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7일 참의원 결산위원회에서 상호관세에 대해 “국난이라고 할 만한 사태”라며 “필요하다면 트럼프와 회담할 것이며 주저하지 않겠다. 가능한 한 빨리 방미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상호관세 시행은 이미 결정된 일이며 무역 적자를 해소하지 않는 한 협상도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그는 6일 플로리다에서 워싱턴DC로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유럽과 아시아, 전 세계 지도자들이 나와 협상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며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당신들 나라와 무역 적자를 감수하지 않겠다. 흑자를 내거나 최소한 균형을 맞추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관세를 부과할 것이고 이미 부과했다”며 “관세를 부과할지 말지는 더 이상 질문의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또 “중국과 유럽연합, 다른 나라들과 적자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굳이 그들과 왜 대화를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중국을 향해선 “우리는 1조 달러 규모의 무역 적자를 갖고 있다. 이 문제를 풀지 않는 한 나는 중국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김철오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