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제시하고 11일 시장직 사퇴… 홍준표 ‘대권행 가속페달’

입력 2025-04-07 18:55 수정 2025-04-08 00:21

반탄(탄핵 반대)파 대표 주자인 홍준표 대구시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 레이스의 출발선에서 다른 주자들보다 빠른 걸음을 내딛고 있다. 홍 시장은 이번 주 대선 비전 등을 담은 책 두 권을 잇달아 출간한다. 대구시장직도 던지고 오는 14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로 했다. 배수진을 치며 대권 도전에 ‘올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홍 시장 측은 7일 ‘꿈은 이루어진다’란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고 밝혔다. 이 책은 홍 시장이 2023년 1월부터 지난 2월까지 2년간 페이스북에 적은 글을 엮은 것이다. 홍 시장은 앞서 출간한 ‘꿈꾸는 로맨티스트’(2018), ‘당랑의 꿈’(2018) 등 저서에서도 제목에 ‘꿈’을 넣으며 대권 도전 의사를 드러내 왔다. 홍 시장은 9일 국가 경영 비전을 담은 책 ‘제7공화국 선진대국 시대를 연다’도 출간한다.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헌법재판소 폐지론’과 ‘수능 중심의 입시제도 개편안’ 구상도 밝혔다. 전자는 탄핵 정국에서 보수 지지층이 편향성 논란을 제기했던 헌재를 없애고, 대법원에 관련 기능을 두자는 내용이다. 그는 1년에 수능을 두 번 치고 그중 좋은 점수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입시 제도를 간소화하자는 제안도 했다. 홍 시장은 이날 대구시내 한 식당에서 개혁신당 대선 후보인 이준석 의원과 오찬을 함께했다.

홍 시장은 오는 11일에는 대구시장 퇴임식을 가진 뒤 14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 마련한 대선 캠프 사무실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홍 시장 측 관계자는 시장직 사퇴와 관련해 “배수의 진을 치고 대선에만 집중하겠다는 결기”라고 강조했다.

대구는 보수의 텃밭인 만큼 홍 시장이 직을 던져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수성할 수 있다는 안도감도 반영됐다. 잠재적 경쟁자인 오세훈 서울시장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대구시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다른 주자들도 속속 출마를 예고하며 보수 진영의 경선 분위기를 서서히 끌어올렸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이날 출마 선언문을 통해 “대통령이 되면 가장 먼저 개헌을 추진하겠다. 스스로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고 국민 헌법 형태로 개헌을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의원은 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국민통합’과 ‘시대교체’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출마 선언식을 열기로 했다. 국민의힘 현역 중 첫 대선 출마 선언이다. 이철우 경북지사와 유정복 인천시장도 9일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를 선언하겠다고 예고했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9회 신문의 날 기념 축하연’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출마 여부를 포함해 깊은 고민을 하면서 많은 분의 의견을 듣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결정해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비공개로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등 종교 지도자들도 만났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8일 국무회의 직후 대선 출마 관련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이날 경기도 용인 기아 오산교육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선 출마와 관련해 “아직 어떤 결심을 내린 것은 없다. 여러 가지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