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간의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역사상 이렇게 대회를 완벽하게 장악한 팀은 없었습니다.” 해설위원의 흥분한 목소리가 대회장에 쩡쩡하게 울렸다. 경기를 지켜본 팬들도 이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게임단 DN 프릭스가 올해 첫 ‘배틀그라운드(펍지)’ 프로 대회에서 유례없는 독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DN은 지난 5일과 6일 양일간 서울 송파구 DN콜로세움에서 열린 2025 펍지 위클리 시리즈(PWS) 페이즈1 결승전에서 168점을 누적하며 우승컵을 차지했다.
슈팅 게임인 펍지 e스포츠는 최대한 오래 살아남으며 적을 쓰러뜨려 점수를 획득하는 배틀로얄 룰로 진행한다. 전장에 16개 팀, 총 64명이 참가해 제로 베이스 생존 경쟁을 하기 때문에 1등 자리를 꾸준히 지키는 게 무척이나 어렵게 여겨진다.
그 힘든 일을 DN은 손쉽게 해냈다. 앞선 4주 간의 예선전에서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선두 자리를 지키더니, 결승전에서도 굳건히 1위를 유지하며 우승까지 내달렸다. 이틀간의 결승전에서 DN이 얻은 168점은 2위 T1(94점), 3위 디바인(91점), 4위 젠지(85점)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DN은 지난해 펍지 최고 권위 대회인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PGC)에서 아깝게 준우승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1년 더”를 외치며 ‘규민’ 심규민, ‘헤븐’ 김태성, ‘살루트’ 우제현이 팀에 잔류했고, 다나와(해체)에서 활약한 ‘디엘’ 김진현이 새로 합류했다.
이제는 국제대회다. DN은 이달 말부터 중국 상해에서 열리는 펍지 글로벌 시리즈(PGS)에 출전한다. PGS는 각 지역별 최상위 팀과 주최사인 크래프톤이 선정한 글로벌 파트너 팀이 참가하는 대회다. 올해 중국, 동남아, 유럽에서 전력 보강한 쟁쟁한 팀들이 즐비한 만큼 치열한 우승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DN을 비롯해 젠지, T1, 팀 배고파, 디바인이 참가한다. 2023년 시작한 PGS는 지금까지 6번 대회가 열렸는데 한국 팀이 우승한 적이 없다.
DN의 에이스 우제현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지금 폼이면 어느 세계 대회에 가든 우승권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지수 해설위원은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DN은 국내에 더 이상 적수가 보이지 않는다. DN이 새로운 세대가 도래했음을 만방에 알렸다”면서 “이젠 국제대회를 정조준하고 있다. 국내 대회와 같은 양상으로 흘러가진 않겠지만 DN이 미비한 부분을 잘 보완한다면 여러 강호들에 맞서 밀리지 않는 저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