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 일제히 폭락… 침체 본격화 땐 추가 하락 불가피

입력 2025-04-07 18:54
7일 대만 증권거래소 벽면에 주요국의 대표 주가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여파로 일제히 급락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으로 세계 경제가 격랑에 휩쓸리고 있다. 중국과 유럽연합(EU) 등이 보복관세 움직임을 보이는 등 관세전쟁이 확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아직은 경기 침체 ‘우려’로 지표가 요동치는 상황이지만 향후 침체가 현실화할 경우 전 세계 증시가 추가 하락할 여지가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증시를 비롯해 세계 증시는 7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며 일제히 급락했다.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137.22포인트(5.57%) 내린 2328.20에 장을 마감했고, 일본 닛케이225(-7.83%)와 중국 심천종합(-10.79%), 홍콩 항셍(-13.22%), 대만 가권(-9.70%) 등 주요 지수도 모두 하락했다. 이 중 닛케이225는 지난해 8월, 1987년 10월에 이은 역대 세 번째 낙폭을 기록했다. 독일과 프랑스 증시도 이날 장 초반 각각 10%, 6% 정도 하락 출발하는 등 관세전쟁 우려를 반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발표한 상호관세의 충격이 예상보다 커 세계 최대 소비국 미국의 경제가 위축돼 글로벌 교역량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앞서 JP모건은 올 연말까지 세계 경제가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이전 40%에서 60%로 올리며 “파괴적인 관세 정책 영향이 타국의 관세 보복, 미국 기업의 심리 약화, 공급망 붕괴 등을 통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정책 강행 태도를 굽히지 않고, 중국 등에서 맞대응을 공식화한 것도 세계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중국은 앞서 미국에 추가 34%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고, EU도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에 대응키 위한 보복관세 대상 품목을 이날 확정해 27개 회원국에 제시할 예정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관세는 비용 상승 요인이므로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려는 움직임이 커질 것”이라며 “이 경우 소비 둔화와 기업의 투자 및 고용에 대한 의사결정이 지연되면서 글로벌 교역량 감소, 경기 침체 확산 등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상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도 “중국과 EU, 미국 간의 관세전쟁은 세계 경제 위축을 가져와 결국은 국내 기업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짚었다.

세계 증시의 추가 하락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내 소비심리지수와 구매관리자지수 등 ‘소프트 데이터’는 이미 침체 수준을 반영하고 있지만 물가와 고용 등 ‘하드 데이터’에는 아직 반영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증시가 더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심리를 진정시킬 다른 호재가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현재 코스피200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7~0.78배 수준이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등 주요 약세장에서는 0.5~0.7배 수준까지 떨어졌다. 당시 증시가 최저점을 찍고 직전 고점으로 회복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95~3956일로 차이가 크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지금은 전 세계가 미국발 관세 ‘치킨게임 및 죄수의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며 “이제 막 시작이므로 아직 결론을 짓기가 쉽지 않고 그만큼 글로벌 증시 변동성은 큰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