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에도 “내란을 종식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와 주요 당직자 대부분이 ‘국민의힘=내란 옹호 세력’ 공세를 펴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반성 없이 지지자 결집만 꾀하는 윤 전 대통령과 동조 세력들에 대한 완전한 책임 추궁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압도적인 탄핵 찬성 여론을 동력 삼아 조기 대선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속내도 읽힌다.
이재명 대표는 7일 현 시점에서의 개헌론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며 “지금은 내란 종식이 우선”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을 내란 사태의 끝으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12·3 비상계엄에 대해 여전히 사과하지 않고 있다”며 “비상계엄이 내란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내란 종식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고개를 숙이긴 했지만 계엄 선포가 내란 행위임을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는 논리다. 다른 관계자는 “내란 종식에는 특검을 통한 진상 규명과 관련자 사법 처리, 나아가 정치적 책임까지 포함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내란 특검법’ 등을 통해 비상계엄 사태의 전모를 명확히 밝히고, 가담자들에게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당 회의에서 “내란수괴 윤석열뿐 아니라 내란 행위에 동조하며 국헌을 문란한 내란 공범들, ‘윤석열 살리기 공작’을 도모해온 내란 부역 세력들까지 모두 특검으로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1호 당원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파면에 이르기까지 내내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했다”며 “누가 봐도 명백한 내란동조 정당이자 보궐선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정당”이라고 말했다. 이어 “염치가 있다면 이번 대선에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당 해산’도 공공연하게 거론된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해체를 결의하는 게 맞는다”고 했고, 김병주 최고위원은 “사과하지 않으면 우리 국민이 국민의힘을 해산시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거부권)에 막힌 내란 특검법 재의결도 조만간 추진할 방침이다. 최종 부결될 경우 대선 이후 다시 특검법을 발의해 관철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민의힘 의원들은 어차피 수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권이 바뀐 뒤에는 더욱 거센 수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헌재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환영하는 여론이 80% 안팎에 이른다는 점을 주목한다. 조기 대선까지 50여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민심에 바로 통할 수 있는 이슈가 ‘내란 종식’ 프레임이라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내란 종식 공세가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처럼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부에서 나온다. 적폐청산 명분으로 몰아치듯 전 정권 수사를 하다가 ‘정치 보복’ 프레임 역풍을 맞았던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문재인정부를 반면교사 삼아 수사를 오래 끌지 않고 단기간에 매듭지은 뒤 다른 개혁 과제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