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기업간거래(B2B)와 구독 사업 실적 호조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다음 분기부터 LG전자를 비롯한 국내 전자업계 실적은 미국의 전방위적 관세 조치에 대한 전략을 어떻게 짤 것인가에 좌우될 전망이다.
LG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 매출이 22조74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밝혔다. 매출액은 22조원을 넘기며 1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1조259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7% 감소했다. LG전자는 “경기침체 등 경영 불확실성이 이어졌지만 B2B를 비롯해 구독 사업, TV 운영체제 웹OS 등 비(非)하드웨어 영역의 질적 성장으로 최대 매출액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생활가전 부문에서는 프리미엄 제품 실적이 안정적인 가운데, 빌트인 사업과 모터·컴프레서(압축기) 등 부품의 외판 사업이 호조를 보였다.
올해 LG전자는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하는 구독 사업을 더 강화할 방침이다. LG전자는 “구독에 적합한 제품군을 보강하고, 제품을 관리하는 ‘케어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TV 중심이던 웹OS 기반 광고·콘텐츠 사업은 노트북, 모니터, 상업용 디스플레이 등 다른 제품군에서도 통합 운영하며 시너지 효과를 모색한다.
LG전자는 B2B 핵심인 냉난방공조(HVAC) 사업에도 힘을 싣고 있다. 최근에는 싱가포르 초대형 물류센터에 상업용 시스템 에어컨을 공급하는 수주를 따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산업용 공조 시장은 초대형 냉방기 ‘칠러’로 공략하고 있다. LG전자는 올 1분기 냉난방공조 사업이 전년 동기 실적(매출 2조5890억원, 영업이익 3356억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전자는 이달 말 확정 실적 발표에서 사업 본부별 매출 및 영업이익을 공개할 예정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2분기부터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로 시장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LG전자는 한국과 베트남, 태국, 인도 등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들 국가 모두 높은 관세율이 매겨졌다. 고율의 대미 수출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최종 제품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이날 LG전자 주가는 미국의 관세 발표 여파로 전날 대비 6.46% 떨어졌다.
박상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판매량 축소를 최소화하는 절묘한 가격 정책으로 2분기 실적을 최대한 방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의 미국 판매용 제품이 생산되는 멕시코가 이번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 건 그나마 다행”이라고 언급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