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 올린 관세전쟁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우리 증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 2400선이 붕괴되고, 원·달러 환율도 치솟았다. 게다가 위기를 초래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변화 조짐이 없다는 점이 우려를 깊게 한다. 금융시장 불안과 관세전쟁이라는 총체적인 위기 극복을 위해 여야는 경제를 최우선에 두고 협력해야 할 것이다.
7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57% 하락한 2328.20에 마감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장중 한때 코스피200 선물에서 역대 8번째로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은 33.7원 폭등했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 유럽 등 글로벌 증시도 대폭락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에 중국 유럽연합 캐나다 등 주요국들이 맞불 관세를 예고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형국이다. 어제 ‘블랙먼데이’(월요일 증시 대폭락)의 충격은 지난해 8월 5일 블랙먼데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클 뿐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 때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한다. 원인을 촉발한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정책을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고 하니 걱정스럽다. 미국의 관세정책이 유지될 경우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어 추세적 반등은 쉽지 않아 보인다. 시장은 비이성적으로 흔들리고,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낙폭이 더 커질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산업현장은 관세 폭풍으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중소기업은 대책 없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으니 안타깝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5대 금융지주 회장 등과 긴급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100조원 규모의 시장안정자금 준비에 착수했다. 상호관세 부과로 어려움을 겪게 될 수출업체와 협력업체에 필요한 자금이 적시에 공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경제는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가 달린 일이다. 경제만큼은 여야가 없어야 한다. 국내외 경제·산업과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시기를 지나고 있다. 다음 정부 출범까지 남은 2개월간이 특히 중요하다.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 등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모든 정책 수단을 가동해 이에 총력 대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