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IP 빨아들이는 넷플릭스… K콘텐츠에 득일까 독일까

입력 2025-04-08 00:19
2022년 웨이브에서 공개돼 인기를 끌었던 ‘약한영웅 클래스1’이 3년 만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시즌2를 공개한다. 웨이브에서 투자가 어려워지자 제작사 측에서 먼저 넷플릭스에 손을 내밀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가 타 플랫폼 지식재산권(IP)까지 빨아들이고 있다. 인기가 많았음에도 제작비나 시청률 등의 문제로 후속 콘텐츠 제작에 어려움을 겪었던 IP들이 넷플릭스라는 날개를 달고 명맥을 잇게 됐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넷플릭스로의 콘텐츠 종속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는 25일 넷플릭스에서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클래스2’가 공개된다. 2022년 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웨이브에서 공개됐던 ‘약한영웅 클래스1’의 후속작이다. 친구를 지키기 위해 폭력에 맞섰던 모범생 연시은(박지훈)이 전학 간 학교에서 더 큰 폭력에 맞서며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약한영웅1’은 신예 배우들의 발굴과 탄탄한 완성도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웨이브의 유료가입자 수 확대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하지만 그 후속작은 웨이브가 아닌 넷플릭스에서 공개되게 됐다. 제작사 측에서 ‘약한영웅2’의 제작과 방영을 먼저 넷플릭스에 제안했기 때문이다. 웨이브의 누적된 적자로 투자가 어려워지면서 시즌2 제작이 현실화하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를 통해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으로 확장해나갈 수 있다는 것도 한 이유였다.

KBS에서 방영됐으나 저조한 시청률 문제로 폐지됐던 ‘홍김동전’은 최근 넷플릭스 일일예능인 ‘도라이버: 잃어버린 나사를 찾아서’로 부활했다. ‘홍김동전’의 시즌2 격으로 다시 태어난 ‘도라이버’는 공개 후 넷플릭스 대한민국 톱10 1위에 올랐다.

JTBC에서 선보였던 ‘크라임씬’은 지난해 티빙으로 넘어가 ‘크라임씬 리턴즈’로 7년 만에 다시 시청자를 만났는데, 올해는 넷플릭스에서 오리지널 예능 ‘크라임씬 제로’로 재탄생한다. 지난해 연말 SBS는 넷플릭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SBS의 신작 및 기존 드라마, 예능, 교양 프로그램들이 넷플릭스 국내 회원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의 경쟁력 있는 IP들이 플랫폼을 옮겨 넷플릭스로 가는 것에 대해 일선 제작자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현실적인 판단이라는 의견을 냈다. TV를 통한 콘텐츠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높이려면, 더 많은 시청자가 볼 수 있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하는 게 낫다고 본 것이다. 넷플릭스의 탄탄한 자금력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것에 기대감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었다.

다만 많은 IP가 넷플릭스로 빨려 들어감으로써 제작사 및 제작자가 콘텐츠 제작의 주도권을 잃게 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제작자의 정체성을 존중하기보다 넷플릭스의 제작 방식에 맞출 것을 강요하면서 자율성을 잃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또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하게 될 경우 제작사는 해당 IP에서 파생되는 부가 사업의 이익을 누릴 수 없게 돼 제작의 선순환 구조가 생길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 지상파 PD는 7일 “현 상황에서 유일한 돈줄이 넷플릭스인 건 사실”이라면서도 “입찰자가 다수인 게 제작자에게도 유리한데, 사실상 넷플릭스 독점처럼 흘러가는 분위기가 우려스럽긴 하다”고 걱정했다. 다른 방송국 PD는 “채널이 다양해야 창작자들이 오리지널리티를 존중받는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점에서 국산 OTT들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해졌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