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력으로 봉쇄 뚫을 힘 없는 대만
美 지원 올 때까지 버틸지 비관적
中 군사훈련 중 전쟁 전환할 수도
대만 대학생 73% “전쟁 땐 항복”
美 지원 올 때까지 버틸지 비관적
中 군사훈련 중 전쟁 전환할 수도
대만 대학생 73% “전쟁 땐 항복”
중국과 대만이 잇달아 대규모 군사훈련을 하면서 대만해협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대만은 지난 5일부터 18일까지 2단계 ‘한광 41호 훈련’을 통해 중국군의 침공을 격퇴하는 능력과 방어태세를 점검 중이다. 오는 7월에는 3단계 대규모 야외기동 훈련도 예정돼 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반인 2단계 훈련은 기간이 지난해 8일에서 올해 14일로 늘었다. 중국군의 위협이 커진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군은 지난 1~2일 함정과 전투기 등을 동원해 대만을 겨냥한 군사훈련을 진행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1일 육·해·공·로켓군을 동원해 대만 포위 훈련을 하고 2일에는 ‘해협천둥-2025A’라는 작전명으로 장거리 실탄 사격 훈련을 했다. 동부전구는 대만독립 세력이 “스스로 지른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위협하는 포스터를 공개하며 훈련 목적을 분명히 했다.
2027년 중국 침공설 재부상
중국과 대만의 양안관계는 반중독립 성향인 민진당 소속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지난해 5월 취임한 이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그간 중국이 실시한 대만 포위·봉쇄 훈련만 이달까지 총 세 차례다. 고위 지도자 간 설전도 거칠어졌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달 7일 기자회견에서 “유엔에서 대만의 유일한 명칭은 ‘중국 대만성’이고 대만은 국가가 아니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해 대만 여당 지지자들의 반발을 샀다. 라이 총통은 며칠 뒤 “중국은 해외 적대 세력”이라는 폭탄 발언으로 대만과의 통일을 최고의 정치적 목표로 간주하는 중국 지도부를 자극했다.
중국이 포위·봉쇄 훈련으로 무력시위의 강도를 높이면서 대만에선 2027년 중국 침공설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존 아퀼리노 전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관은 지난해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민해방군 창설 100주년인 2027년까지 대만 침공 준비를 완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해 이 설을 뒷받침했다.
대만에 전쟁의지 있나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대규모 상륙작전보다는 포위·봉쇄를 통해 숨통을 죄는 ‘아나콘다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상륙작전은 대만의 미사일 공격망과 요새화된 방어선을 뚫어야 해 인명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중국이 2027년 대만 봉쇄 준비를 마쳤다”며 “공습, 포위망 구축, 공백 메우기, 외부와 차단, 사이버 고립화 등 5단계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군의 이번 훈련도 에너지 시설 공습과 에너지·식량의 수입 운송로 차단이 초점이었다. 이것만으로도 에너지의 96%, 식량의 70%를 수입에 의존하는 대만은 일주일도 버티기 힘들다는 우려가 나온다.
군사력에서 열세인 대만이 중국의 포위·봉쇄를 자력으로 뚫을 힘은 없다. 미군의 지원을 기다려야 하지만, 일본이나 괌에 주둔한 미군을 투입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대만 뉴톡신문은 “미국은 대만에 최소 30일간은 버텨 달라고 요구하지만 낙관하기 어렵다. 중국군이 빠른 속도로 작전을 완료하면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개입할 시간을 주지 않으려고 중국이 군사훈련을 하다 바로 전쟁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면서 대만을 지원해줄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가 지난 2월 보도한 ‘대만 집착: 미국의 전략이 승산 없는 전쟁에 달려 있어선 안 된다’는 제목의 기사는 대만에 큰 충격을 줬다. 미국이 대만을 놓고 중국과 전쟁하면 너무 많은 비용과 희생을 치러야 하므로 대만의 자위력을 강화해 ‘고슴도치’로 만드는 길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기사다.
대만인들에게 중국의 침공에 맞서 싸울 의지가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최근 대만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간이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73%가 전쟁이 나면 항복하겠다고 답했다.
양안전쟁 새 시나리오
왕쿤이 대만국제전략학회 이사장은 지난달 대만 중국시보에 기고한 글에서 대만에 더 위협적인 새 전쟁 시니리오를 제시했다. 그는 중국이 대만독립 세력을 응징하면서도 민간인 피해와 국제사회의 비난을 최대한 줄인다는 목표를 설정할 것으로 봤다. 이를 위해 타이베이 등 특정 지역을 ‘비안전구역’으로 선포한 뒤 전쟁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3일 내에 떠나라고 통보한다. 이어 3일간 수백만대의 드론을 동원해 공습한다. 사전 통보를 통해 민진당 지지 세력만 남게 하면 전면전이 아니라 독립세력 징벌작전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관건은 라이 총통 등 지도부가 타이베이에 남느냐다. 중남부로 도피한다면 민진당의 패배이고 중국은 체면과 실속을 함께 챙기며 징벌 목적도 달성한다. 타이베이에 남는다면 중국은 저고도 유인 드론으로 병력을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 4명을 태우고 최장 350㎞를 비행할 수 있는 이 드론은 최대 폭이 180㎞인 대만해협을 충분히 건널 수 있다. 해수면 가까이 저고도로 비행해 레이더가 포착하기도 어렵다. 1만대만 동원해도 한 번에 4만명의 병력을 투입해 라이 총통 체포에 나설 수 있다. 왕 이사장은 “라이 총통이 중국을 해외 적대 세력으로 규정한 이상, 양안전쟁은 시간문제”라고 경고했다.
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