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권사를 조력자 아닌 리더로”… 임직 교육 탄탄해졌다

입력 2025-04-08 03:00
지난달 23일 경기도 남양주 높은뜻섬기는교회 임직자 교육에서 피택자의 등에 축복과 응원의 쪽지가 붙어 있다. 교회 제공

장로 권사 안수집사 등 임직자 교육의 지평이 넓어지고 있다. 성경 공부를 넘어 리더십 공부로, 책상 앞 교육에서 목회 현장 실습으로, 목회자의 보조 역할에 머무는 일꾼이 아닌, 성도들을 품고 이끌어갈 리더로 임직 교육에 힘쓰는 교회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장로 권사 등 피택자 5명을 선출했습니다. 이분들께 책 보따리를 드릴 건데요, 선물이 아니라 과제입니다.”

박종근 모자이크교회 목사가 피택자들을 위해 준비한 책 보따리. 교회 제공

박종근 모자이크교회 목사는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피택자에게 고전과 인문학 독서를 과제로 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지성에서 영성으로’, 작가 미우라 아야코의 ‘길은 여기에’, 변호사 출신 성경대학 교수 오스왈드 샌더스의 ‘영적 지도력’ 등의 책이다. 피택자들은 향후 8개월간 성경, 교회론, 교회사, 장로교 헌법 등도 공부한다. 박 목사는 “임직은 영적 권위를 부여받는 일”이라며 “임직자들에게 지성은 선택이 아니라 기본”이라고 말했다. 그는 “덮어놓고 ‘기도합시다’ ‘모입시다’ ‘섬깁시다’만 강조하면 나중엔 직분자들이 지쳐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며 “직분에 걸맞은 소양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직 교육 내실화는 직분자들의 요구이기도 하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2023년 발표한 ‘한국 기독교 분석 리포트’를 보면 장로 10명 중 9명(92%)은 “장로 교육을 받고 싶다”고 답했다. 가장 받고 싶은 교육으로는 ‘장로의 자세 및 직분수행 교육’(67%)을 꼽았다.

일반 성도들은 장로를 교회의 리더라기보다 목사의 조력자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성도들에게 소속 교회 장로들의 활동을 100점 기준으로 물어본 결과 ‘목사님을 잘 보좌한다’는 항목(66점)은 높게 나왔지만 ‘우리 교회 장로들은 지도력이 있다’는 항목(56점)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장로 등 임직자 교육의 고도화와 리더십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임직 교육의 내실을 다지는 교회들의 실험이 눈길을 끈다. 경기도 고양 거룩한빛광성교회(곽승현 목사)는 임직 교육 과정에 ‘지역 교회 파송’을 포함했다. 지역 교회 생태계를 파악하고 공교회 감각을 갖추기 위한 목적이다. 임직 예정자들은 교육 기간인 6개월 중 두 달간 지역의 작은 교회에 출석하고 봉사는 물론 헌금도 지역 교회에 드린다. 한주현 거룩한빛광성교회 장로는 “교회의 가치에 맞도록 직분자 교육도 지역 교회 공동체와의 상생을 배우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용인 향상교회(김석홍 목사)는 임직자 교육에서 ‘시간의 헌신’을 강조한다. 장로 피택자 부부는 함께 2주간 미국 가정교회와 자매교회를 탐방하며 리더십을 체득한다. 김석홍 목사는 “시간의 헌신이야말로 진정한 헌신”이라며 “책상 앞 교육보다 현장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주간의 미국 연수에서 임직자의 항공료와 소정의 여비는 교회가 지원한다.

경기도 수원 하늘꿈연동교회(장동학 목사)는 임직자 교육에 부부 세미나를 필수 과정으로 포함했다. 장동학 목사는 “가정에서 권위를 상실한 리더가 교회에서 신뢰를 얻긴 어렵다”며 “배우자의 서명이 있어야 임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남양주 높은뜻섬기는교회(이영훈 목사)는 최근 진행한 임직 교육에서 피택자 등에 축복의 메시지를 담은 쪽지를 붙이는 시간을 가졌다. 임직자들을 지지하는 공동체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해서다.

이의용 교회문화연구소장은 “그동안 임직자의 덕목은 예배 출석률이나 담임목사에 대한 충성도에 치우쳐 있었다”고 지적하며 “리더십, 회의진행, 소통능력 등 실제적인 훈련이 빠진 교육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이 소장은 “임직자는 이제 교회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리더로서 자격을 갖춰야 한다”며 임직 교육의 심화를 강조했다.

손동준 이현성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