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파이 원통형 ‘게임체인저’… 中에 반격 나선 K배터리

입력 2025-04-08 00:22
LG에너지솔루션 46시리즈 배터리. 연합뉴스

국내 배터리 업계가 1분기에도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미국 정부의 배터리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는 주요 배터리 기업들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파고를 넘는 동안 폼팩터 다변화 고삐를 죄고 있다. 최근에는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46파이(지름 46㎜) 원통형 배터리 고객사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374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38.2%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894억원)를 318.9%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생산세액공제(AMPC) 효과에 힘입은 실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1분기 AMPC 금액은 전 분기보다 21% 증가한 4577억원이었다. 이를 제외하면 830억원의 영업적자를 이어간 셈이다. 증권가는 삼성SDI와 SK온 역시 수천억원대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과 달리 미국 내 생산공장이 적어 AMPC 규모가 비교적 작을 것으로 예측된다.

배터리 업계는 차세대 배터리 시장 선점으로 수요 부진을 타개한다는 전략이다. 삼성SDI는 최근 베트남 법인에서 4695(지름 46㎜·높이 95㎜) 배터리 모듈 출하식을 진행했다. 46파이 배터리 양산은 국내 배터리 업체로는 처음이다. 삼성SDI는 당초 내년 양산을 목표로 했다가 일정을 1년 이상 앞당겼다.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원통형 46파이 배터리는 중국에 밀린 시장 점유율을 되찾기 위한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46파이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 대비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갖추면서 충전 속도를 개선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테슬라, 메르세데스-벤츠, BMW, 볼보, GM, 리비안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46파이 배터리 채택을 추진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46파이 배터리 시장은 올해 155GWh에서 2030년 650GWh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조만간 테슬라에 4680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사이버트럭 등 주요 탑재 전기차의 판매 부진이 여전한 가운데 4680 배터리의 비싼 가격이 발목을 잡으면서 공급 일정이 밀리고 있지만 양산 준비는 마친 상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외에도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 리비안과 46시리즈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46파이 배터리 양산을 시작한 것 자체로 고무적”이라며 “중국 기업의 공세에 반격할 수 있는 카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