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안 보고 유튜브만 보다
부정선거 망상 빠져 계엄선포
허위 사실과 극단 주장하는
유튜브 폐해 계속 방치할건가
조회수·돈벌이 벗어나 사실만 얘기하고
화해와 통합 강조하는 유튜버 많아져야
부정선거 망상 빠져 계엄선포
허위 사실과 극단 주장하는
유튜브 폐해 계속 방치할건가
조회수·돈벌이 벗어나 사실만 얘기하고
화해와 통합 강조하는 유튜버 많아져야
“레거시 미디어는 너무 편향되어 있기 때문에 유튜브에서 잘 정리된 정보를 보라.”
신문의 날인 7일 이 말을 생각해 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구속되기 직전 관저를 방문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했다는 말이다. 윤 전 대통령이 전통적인 신문이나 방송 대신 유튜브를 보면서 갖게 된 잘못된 생각들이 많다. 그 가운데 하나가 부정선거 의혹이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이유 중 하나로 제시한 부정선거 의혹은 종합일간지나 TV 같은 레거시 미디어에서 단 한 번도 진짜인 것처럼 보도한 적이 없다. 유튜브 같은 데서 의혹을 제기했을 뿐이다. 지난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에서 부정선거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한마디로 음모론이고 망상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점에서 한 나라의 대통령까지 망상과 확증편향에 빠지게 한 유튜브의 병폐에 대한 걱정과 함께 온갖 음모론과 잡설 속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중심을 잡은 레거시 미디어의 신뢰성을 실감한다.
시골에 사는 80세의 누나와 통화를 하다 보면 이따금 이상한 얘기를 할 때가 있다. 누가 그러더냐고 물으면 어떤 할머니가 유튜브에서 보고 해준 얘기란다. 그러면 나는 항상 이렇게 얘기한다. 신문이나 TV 뉴스에서 나온 얘기면 믿고, 아니면 믿지 말라고. 사실 레거시 미디어는 사실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절대 보도하지 않으려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닌 경우다. 기자 개인이든 언론사든 오보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부정선거 의혹은 제대로 된 기자나 언론사라면 도무지 쓸 수 없는 가짜뉴스다. 가짜뉴스보다 더 위험한 것이 진짜와 가짜를 섞어놓은 뉴스다. 100% 독극물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갖지만 우유 한 통에 독극물 한 수저를 섞은 것은 식별이 어렵고 더 위험한 것과 같은 이치다. 상당 부분이 사실인데 뭐가 문제냐고 강변할지 몰라도 일부 독극물 때문에 사람이 죽는 것처럼 진짜 속에 가짜가 섞여 있으면 찾기도 어렵고 치명적이다. “가짜뉴스보다 더 무서운 것은 ‘섞는 뉴스’이며, 확증편향에 길들인 대중에겐 완연한 가짜뉴스보다 크리에이션을 가미한 ‘섞은 뉴스’가 더욱 매력적으로 들린다.”(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관훈저널)
유튜브가 갖는 또 다른 병폐는 혐오와 적대감이다. 극단적인 주장과 선동을 해야 조회수가 올라가고 돈을 버는 유튜브의 속성 때문이다. 문제는 윤 전 대통령이 이러한 혐오와 적대감, 극단적인 주장을 야당에 투사해 왔다는 점이다. 야당을 협치 상대로 보는 게 아니라 척결해야 할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한 것이 단적인 예다. 민주당이 탄핵을 남발하고 법안 강행 처리를 하기 훨씬 전부터, 어쩌면 임기 첫날부터 윤 전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를 야당 대표로 인정하지 않고 검사가 피의자 보듯 했다.
윤 전 대통령이 이 대표를 계속 무시하고, 악이 바친 이 대표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윤 전 대통령 발목을 잡으면서 약을 빠작빠작 올리고, 이에 격분한 윤 전 대통령이 군사력으로 이 대표를 제압하려다 오히려 되치기 한판으로 탄핵 당한 것으로 봐야 한다. “계엄령 사태는 아마도 알고리즘 중독에 의해 촉발된 세계 최초의 내란 사건일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인용한 홍성국 전 민주당 의원의 말이다. 윤 전 대통령이 유튜브에 중독된 나머지 계엄을 선포했고, 계엄을 선포한 끝에 탄핵까지 됐다. A→B, B→C이면 A→C이듯 유튜브에 중독된 나머지 결국 탄핵까지 됐다. 윤 전 대통령은 유튜브 때문에 탄핵된 세계 최초의 대통령인 셈이다.
그렇다고 유튜브를 없애자는 얘기가 아니다. 레거시 미디어 종사자여서 유튜브를 질투하는 것도 아니다. 국민일보도 유튜브 채널을 강화할 방침이다. 유튜브가 극단적인 주장이나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온상이란 오명에서 벗어나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도 부정선거나 사기 탄핵을 주장하는 공해 같은 내용들이 유튜브에 넘쳐난다. 비록 조회수가 적더라도, 돈을 적게 벌더라도 정론을 펼치는 유튜버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헌재 결정에 불복하는 것이 아니라 승복하자는 유튜버, 정파적 주장보다 화해와 타협을 강조하는 유튜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가짜뉴스를 생산하거나 증오와 혐오, 극단적인 주장을 펴는 유튜버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든 형사처벌이든 강력 제재하는 방안이 나오기를 촉구한다. 신문의 날에 신문 얘기는 안 하고 유튜브 얘기만 해버렸다.
신종수 편집인 js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