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뜻대로 기부 계획하면 주머니를 채워주셨다”

입력 2025-04-08 03:03
박선근 한미우호협회장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사업가로 성공한 뒤 이민 사회를 위해 다양하게 활동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6·25전쟁 끝 무렵 피난 생활을 하던 11살, 미국인 선교사의 도움을 받으며 ‘주는 사람(giver)’이 되고 싶다는 꿈을 처음 품었다. 20대 후반, 그 꿈 하나만 좇아 빈손으로 미국 땅을 밟은 청년은 청소용역업체를 설립해 애틀랜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으로 성장했다. 이 성공스토리의 주인공 박선근(82) 한미우호협회장은 이제 청소년, 이민사회 등을 위한 비영리재단을 운영하며 진짜 ‘주는 사람’의 삶을 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미 정계 내 깊은 인맥으로 최근 정국에서 더 주목받는 박 회장을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만난 사람=조민영 미션탐사부장

-이민 1세대면서 미국 주류 사회에서도 인정받는 사업가로 성공한 비결을 듣고 싶다.

“어릴 때부터 어머님은 ‘멀리 보라’고 가르치셨다. 내가 이 땅에 태어난 분명한 목적과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니 내가 생각보다 커지더라. 거기다 크리스천이 되면서 전지전능하신 하나님 파워를 믿으니 주저함이 없고 담대해졌다. 또 중요한 건 주는 사람(giver)이 되는 것이다. 나는 사람을 만날 때 기운을 주는 사람이 되려 한다. 받는 사람(taker)은 맨날 궁하다. 나는 누구보다 가난했지만 마음은 풍족했다. 예수님처럼 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나를 풍족한 사람이 되게 하니 만사가 형통해졌다.”

-언제 신앙을 접하고 미국엔 어떻게 가게 됐나.

“11살 때 미국에서 온 선교사들이 세운 천막교회에 다닌 게 시작이다. ‘이웃을 사랑하고 남이 필요로 하는 걸 주라’는 말씀을 따라 우리를 돕는다는 선교사 말에 언젠가 나도 미국에 가서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결심했다. 그런데 진짜 그렇게 살아지더라. 1974년 카투사에서 모셨던 장교가 돈을 대줘서 미국을 가게 됐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그런 도움은 미국에 가서도 이어졌다.”

-청소용역업체 제너럴 빌딩 메인터넌스(GBM)를 세운 건 어떤 계기였나.

“1978년 애틀랜타에 왔는데 한국 이민자들이 영어 때문에 일자리 찾는 걸 어려워해 돕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도 홀로 아이를 키우던 때라 봉사하면서 먹고사는 게 쉽지 않았다. 고민하며 기도하던 중 ‘내가 직접 회사를 차려 일자리를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 시작한 게 GBM이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 계속됐다. 초기 자본금 1만2000달러도 없어서 빌려서 시작한 회사가 1년 반 만에 100만 달러짜리가 됐다. 예수님께서 하고 싶으신 일을 우리를 통해 하시고자 할 때 하면 잘 된다. 내가 딱 40년간 GBM을 운영하고 2023년에 팔면서 뒤돌아보니 내가 한 게 아니더라. 모두 하나님이 하신 거다.”

-회사를 매각하고 청소년을 위한 차세대 기금 100만 달러를 내놓았다. 이민사회 등을 위한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내가 90살을 산다고 할 때 첫 번째 30년은 배움, 두 번째 30년은 얻음, 세 번째 30년은 사용의 때로 하면 하나님 보시기에 기쁘시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번 돈을 쓰며 봉사하는 마지막 30년이다. 사회봉사 활동에 더 힘쓰고 기부하며 느낀 건 내가 하나님이 원하시는 대로 남을 위해 쓸 일을 계획하면 그 주머니를 하나님께서 채우신다는 것이다. 내 돈 재능 육체 모두 내 것이 아닌 하나님 것이다. 나는 매니저, 관리자라고 생각하면 쉬워진다.”

-미국 정계, 특히 공화당 인사들과도 신뢰하는 관계로 알고 있다. 한미우호협회장으로서 트럼프 정부 관세 정책 등으로 어려운 한국을 위해 조언해 달라.

“미국 현실을 먼저 좀 알 필요가 있다. 국가 부채가 많고 재정이 거덜 나 계속 퍼줄 수 없는 비상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을 심하게 하고 독단적인 건 바꾸기 어렵다. 다만 트럼프가 아무리 대통령이어도 어려운 나라를 돕고 이웃 나라를 원조하는 미국 국민의 정체성을 바꾸진 못한다. 결국 국민이 균형을 맞춰갈 거다. 미국이 다시 안정되기까지 2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그 이후엔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조금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우리는 몇 조원을 주고도 못 만드는 손과 눈을 가지고 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훌륭하게 만드셨다. 하나님께서는 무언가를 하겠다는 마음 자체를 인정하신다. 꼭 많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크리스천에게는 권위와 권세가 있다. 그러니 용기 있게 예수를 믿고 그 권능을 활용하길 바란다.”

정리=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