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문학은 언어를 통해 표현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비유적이고 상징적인 언어를 공유하는 종교와 문학은 우리로 하여금 일상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정신적, 영적 질서를 경험하게 해주고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게끔 해준다. 종교의 언어가 문학적 표현을 종종 띠거나, 문학에 종교적 메시지가 배경으로 곧잘 스며드는 것도 이러한 둘 사이의 친연성 때문일 것이다. 그 점에서 종교는 거룩한 문학이요, 문학은 세속의 성전이다.
두루 아는 것처럼 기독교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구체적으로 선포된다. 일차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은 성경을 통해 계시되고 다가온다. 우리는 성경 속에서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과 구원의 과정을 바라보게 된다. 나아가 일그러진 세상에 대한 치유와 회복의 상(像)을 그려보게 된다.
그렇다면 다른 종교 경전과 성경 사이의 근본적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성경이 철저하게 인간의 역사 속에서 기록의 대상을 취한다는 점일 것이다. 성경은 우리의 존재가 구체적인 역사의 순간마다 찾아오신 하나님의 개입과 주관에 의해 가능했음을 커다란 전제이자 귀결로 삼는다. 자연스럽게 우리는 역사 안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하나님에 대한 궁극적 긍정에 이르게 된다. 이 점은 여러 번 강조해도 좋을 성경만의 오롯한 특징이 아닐 수 없다. 이로써 우리는 하나님께서 세계를 창조하시고 섭리하신다는 것을 믿으면서 최고 선(善)의 원천이고 신앙고백의 직접 청자이며 세상의 주재자요, 심판자로서의 하나님을 고백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말씀으로 돌아가 하나님을 청종해야 하는 까닭은 말씀 속에 담긴 하나님의 뜻을 통해 인간 본연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창조와 임마누엘, 십자가와 부활에 이르는 하나님의 구원 사역을 인간이 선명하게 인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우리는 성경이라는 창(窓)을 통해 하나님의 설계와 사역에 은혜롭게 동참할 수는 있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이때 우리의 관심은 성경이 근본적으로 문학적 형식을 띠고 있다는 점을 향한다. 성경은 역사적 사실도 기록하지만 인간의 실존에 대한 관찰과 묘사도 하고 인물의 일상을 다루는 서사적 요소도 다양하게 보여준다. 특별히 시편이나 욥기 잠언 전도서에 이르면 그 표현이 그 어떤 고대문학보다 예술적으로 윗길에 속한다. 우리는 성경에 담긴 이러한 요소들을 문학으로 읽어볼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는 세계문학사에 펼쳐진 종교적, 문학적 텍스트들을 문학으로 읽어볼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기독교 문학의 발원지이자 개척지는 서양 쪽이다. 우리 기독교 문학은 선교 역사와 함께하는 것이니 200년 못 되는 시간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제 우리는 역사가 오랜 서양 쪽이나 근대 이후에나 비로소 탄생한 우리 쪽이나 기억에 남을 만한 고전들을 통해 신(神)과 인간이 호혜적으로 함께하는 고통과 희망의 서사를 만나게 될 것이다. 현대사회의 병리적 징후들을 치유해야 한다는 요청을 외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러한 고전들을 통해 하나님 말씀으로의 회귀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기독교에서 창조와 낙원 상실 그리고 그리스도를 통한 복원은 일직선상의 사관을 낳는다. 그것은 창세기로부터 계시록에 이르는 성경의 편집 사관과도 고스란히 일치한다. 이때 창조 질서는 카오스에서 코스모스로 이행되는 하나님의 주권을 표상하고 이러한 역사관에서 생겨난 우주관 인간관 자연관 등이 기독교 문학이라는 명명에 담겨 있다. 하나님의 섭리를 작가 자신의 구체적 경험 속으로 받아들여 그에 따라 삶을 살아가려는 정신적, 영적 원리가 그 안에 들어 있다. 거기에 우리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비추어볼 때 훼손된 세상 문화에 관심을 돌리는 것을 보탤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훌륭한 기독교 문학 텍스트들은 하나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문제에 대한 인식과 비전을 우리로 하여금 비유적, 상징적으로 경험하게 해줄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기독교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은 그것이 하나님의 일관된 계획과 섭리의 결과라는 해석에 토대를 둔다. 하나님은 자신의 사랑을 역사라는 구체적 현장에서 드러내시고, 인간 또한 자신의 삶 속에서 그분의 말씀과 뜻을 깨우치게 된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창조주와 선택된 백성이라는 관계를 통해 세상과의 선한 싸움에 가속도를 붙여준다. 이러한 거룩하고 온전한 질서를 담아낸 성경과 기독교 문학을 통해 우리는 위대한 종교적 가치를 찾아보고 세계로 뻗어가는 K-문학의 선교적 가능성을 아울러 탐색해볼 것이다. 이제 하나님의 간절함이 은은하게 다가오는 순간을 하나하나 문학으로 읽어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