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대선 시곗바늘 도는데… 국힘 내홍은 여전히 아슬아슬

입력 2025-04-07 02:11 수정 2025-04-07 02:11
국민의힘 권영세(맨 왼쪽)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4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권성동(가운데)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본격적인 조기 대선 국면이 시작됐지만 국민의힘 내부는 여전히 탄핵 찬반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탄핵 후폭풍에 따른 혼란을 수습하고 단결해도 가시밭길인 상황에서 내홍에 발목이 잡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불씨가 된 건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찬성했던 김상욱 의원이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4일을 민주주의 기념일인 국경일로 제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다.

박수영 의원은 지난 6일 김 의원 발언을 담은 기사를 국민의힘 의원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 올리면서 “이게 사실인가. 사실이라면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동료 의원들의 김 의원 성토가 쏟아졌다. 박성민 의원은 “정당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자중하지 못할 거면 탈당하라”고 촉구했다. 조승환 의원도 “김 의원이 자기 소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다른 소신을 가진 동료 의원들을 존중했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우리 당의 당헌에도 민주주의 수호를 분명히 적시하고 있다”고 의원들 비판에 적극 반박했다.

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김 의원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다만 여러 중진들이 “(대선까지) 시간이 없으니 김 의원 거취는 묻어두고 우선 대선 준비에 집중하자”고 제안하면서 당 지도부에 일임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였다.

의총 내부 발언 유출을 두고도 설전이 이어졌다. 배현진 의원은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탄핵 반대에 앞장섰던 윤상현 의원을 겨냥해 “의총 중간에 나가서 내용을 다 브리핑하지 않았느냐”며 “마이크가 좋다고 말씀을 가벼이 하지 마시고 자중하시라”고 직격했다.

윤 전 대통령을 겨냥한 공개적인 비판도 나왔다. 당내 최다선(6선)인 조경태 의원은 7일 국회에서 열린 4선 이상 중진 의원과 지도부 간담회에 참석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겨냥해 “그 사람은 빨리 우리 당을 나가야 한다. 헌법을 위반한 사람이 무슨 할 말이 더 있느냐”고 주장했다.

다만 조기 대선을 고려해 탄핵을 둘러싼 당내 갈등을 서둘러 봉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지금 불거진 갈등은 탄핵의 충격파가 크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종의 한풀이 성격”이라며 “곧 하나로 뭉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총에서 윤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이 윤 전 대통령 파면 책임을 지고 지도부 사퇴를 촉구했지만, 다수 의원은 박수로 지도부를 재신임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