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뛰어넘는 강도 높은 미국의 상호관세에도 홍콩 증시에 대한 관심이 꺼지지 않고 있다. 관세 충격을 피해갈 수 없겠으나 중국의 강력한 경기 부양 의지가 경제 하방을 떠받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올해 들어 홍콩 H지수는 20%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 3일 홍콩 H지수는 8420.14로 장을 마감했다. H지수는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우량 기업 40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다. 미국발 관세 충격으로 지난 18일 9177.80에 비해 하락했으나 올해 초 7090.56에서 약 18.8% 상승한 수치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2021년 고점 대비 반 토막 이하인 4900선으로 떨어지면서 국내에서 H지수를 기초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손실이 4조6000억원에 이르는 등 큰 손해가 나왔지만 최근 들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떠났던 투자자들도 다시 홍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투자자의 홍콩 주식 매수금액은 지난해 3분기 2억2877만 달러에서 매 분기 큰 폭으로 뛰며 지난 1분기 12억5477만 달러로 반년 만에 5.5배가량 늘었다.
미국의 관세 위협 와중에도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훈풍도 불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1조 위안(185조원)의 초장기 특별 국채를 발행하는 등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지출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올해 연구개발 예산은 지난해 대비 10% 늘린 3981억1900만 위안(약 80조원)으로 책정했다.
이 같은 노력에 경제지표도 호조를 보인다. 지난 2월 중국의 소매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 늘어났다. 증가율이 지난해 12월의 3.7%를 넘어섰다. 누적 산업생산은 전년 대비 5.9% 성장해 시장 기대치 5.4%를 상회했다.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4.1%를 기록했다.
H지수가 단기간 빠르게 오른 만큼 조정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다만 저비용 고효율 인공지능(AI) ‘딥시크’로 중국의 AI 기술력이 확인받으면서 알리바바, 샤오미, 텐센트, 비야디(BYD) 등 기술주에 대한 기대감은 꺼지지 않고 있다. 이들은 모두 AI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쏟고 있다.
중국 정부가 당분간 내수부양의 속도를 높이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 미국 상호관세로 인한 증시 타격을 줄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유럽연합(EU), 아시아 국가와의 공조를 협력을 강화하면서 충격을 만회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경환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과 대외 불확실성이 예상 이상이지만 올해 중국 내수, 부동산, 민간소비와 투자 사이클은 하방 경직성을 구축했다”며 “올해 중반 하락기를 겪었다 다시 상승세를 보이는 ‘N자형’ 회복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구정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