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에도 탄핵 반대 측 주말 집회에선 ‘사기 탄핵’이라며 현실을 부정하는 목소리가 계속됐다. 반탄 집회를 주도해온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측은 헌재의 결정을 수용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 세이브코리아측을 공개 비난하며 향후 노선을 놓고 분열하는 양상을 보였다.
전 목사는 6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광화문 주일 연합예배’에서 격앙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향해 “탄핵을 보고 열 받았나. 염려 말라”며 “반드시 국민저항권으로 대통령을 다시 찾아올 것이다. 헌법 위에 존재하는 것이 국민저항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헌재 재판관 8명, 까불지 말라. 당신들은 국민저항권 밑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저항권 실현을 위한 ‘1000만명 서명운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엔 윤 전 대통령 지지자인 40대 남성 A씨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 인근에서 흉기로 자해를 시도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A씨는 복부에 찰과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불만을 품고 자해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헌재 결정 승복을 두고 극우 진영 내 갈등도 표면화하고 있다. 전 목사는 “국민의힘이 헌재 판결이 떨어지고 시간도 얼마 안 지나 결과를 수용하던데, 그런 정당은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열린 광화문 집회에선 사랑제일교회 조나단 목사가 전씨와 세이브코리아를 향해 “탄핵 파면을 받아들인다니 날강도들”이라며 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여의도에서 반탄 집회를 주도해왔던 세이브코리아와 전씨는 헌재 결정을 수용하고 예정됐던 집회를 전격 취소했다.
반면 주말 내내 탄핵 찬성 측 집회에서는 축제 분위기가 이어졌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에서 주최한 집회에서는 참가자들이 ‘민주주의가 승리했다’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참가자들은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헌재 선고 주문을 따라 외치거나, 서로를 향해 “고생 많으셨다”고 격려했다.
앞서 선고 당일 헌재 결정에 격분해 경찰 기동대 버스 유리창을 곤봉으로 부순 20대 남성 이모씨는 이날 구속됐다. 법원은 이씨에 대해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승연 신재희 최원준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