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가 세계질서 바꿔… 시진핑이 승자로 부상”

입력 2025-04-06 23:0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승자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관세가 시진핑의 날을 만들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이 세계 질서를 바꾸는 가운데 중국이 승자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WSJ는 트럼프가 중국과 경쟁하는 국가들을 경제적·전략적 블록으로 묶고 있던 경제적 끈을 끊어버렸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고율 관세에 직면한 국가들은 중국과의 관계를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베트남은 미국과 교역을 확대해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려 했지만 트럼프가 46%의 상호관세를 부과한 뒤로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의 중요한 우방인 일본과 한국에도 각각 24%와 25%의 관세가 부과됐다. 이들 국가에선 거대한 시장을 가진 중국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브라이언 샤츠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도 한·중·일 밀착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샤츠 의원은 이날 상원 본회의장에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비판하며 지난달 30일 한·중·일 3국 경제통상장관이 5년 만에 만나 손잡은 장면을 “충격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중·일이 트럼프에 대한 대응으로 3국 자유무역을 위한 협력을 논의했다”며 “트럼프가 세계를 뭉치게 한 건 사실인데, 미국에 맞서 뭉치게 만든다는 점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은 20%, 미국과 특별한 관계인 영국도 10%의 관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은 유럽 국가들이 중국에 경제적으로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도록 수년간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이제 결실을 보게 됐지만 트럼프의 관세전쟁으로 유럽과 중국의 교역 증가는 시간문제가 됐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세계적 분위기를 “미국과 통합을 꾸준히 심화시켜온 우리의 오래된 관계는 끝났다”는 말로 요약했다. 그는 80년간 이어진 미국의 경제적 리더십에 종말을 고하며 “비극이지만 새로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WSJ는 “시 주석이 서방은 약하고 분열됐고 후퇴한다는 믿음을 이번에 확인했다”면서 “서방의 분열을 이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짚었다.

WSJ는 무역전쟁에서 미국의 승리를 단정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내년 중간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심판에 직면해야 한다. 반면 중국은 부동산 침체 등으로 경제가 불안정하지만 권위주의 체제여서 무역전쟁에 따른 실업률 증가 등 정치적·사회적 고통을 견뎌낼 수 있다.

WSJ는 5일 보도에서 중국이 고율 관세에 따른 수출 감소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내수 활성화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지난달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역대 최고인 4%로 제시하고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