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발등 찍은 美 관세… BYD, 테슬라 꺾고 ‘전기차 1위’ 눈앞

입력 2025-04-07 00:25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영향으로 중국 BYD(비야디)가 테슬라를 제치고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에 오를 거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보호 정책이 오히려 자국 기업에 칼을 겨누게 된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와 달리 글로벌 기업의 생산기지가 미국보다 인건비가 낮은 중국에 몰릴 거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기차 시장은 세계 1위 테슬라를 BYD가 바짝 뒤쫓는 구도로 형성돼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이런 지형도에 커다란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테슬라의 주력 시장 중 한 곳은 중국이다. 전체 매출의 20%가 중국에서 나온다. 중국이 미국의 조치에 반발해 보복관세에 나서는 등 미·중 대결구도가 거세질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국·유럽 등에서 조달하는 부품에 보복 관세가 붙으면 차량 생산 원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5일(현지시각) “이상적인 형태는 미국과 유럽이 모두 무관세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BYD의 판매량 가운데 미국 비중은 0.4%에 불과하다.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이 거의 없다. 오히려 토요타, 현대자동차그룹 등 경쟁사가 미국 관세로 인해 공급망 개편·가격 인상 등 경쟁력을 잃게 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

벌써부터 조짐이 보인다. 올해 1분기 테슬라의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33만6681대다. 최근 3년간 가장 낮은 분기 실적이다. 반면 BYD는 41만6388대를 판매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미국 관세 정책으로 인해 가속화할 전망이다. BYD는 올해 해외 판매 목표를 지난해 판매량(41만7204대)의 배 수준인 80만대로 높여 잡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BYD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15.7%를 차지해 테슬라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BYD는 특히 유럽시장을 중심으로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최근 스위스 취리히에 첫 매장을 열었다. 매장 수를 15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10월엔 스텔란티스 출신 임원을 다수 영입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관세로 인해 BYD는 미국 대신 유럽과 중국에서 빠르게 성장할 기회를 얻었다. 반면 테슬라는 미국 내 높은 인건비와 생산비용으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악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의 노림수 중 하나는 글로벌 기업의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업계에선 오히려 미국과 패권 다툼을 벌이는 중국으로 공장이 몰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인건비가 미국의 20% 수준이란 점을 고려하면 기업 입장에선 54%의 관세를 맞더라도 중국에서 생산하는 게 유리하다”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등 인건비가 저렴한 다른 국가에도 적잖은 관세를 매기면서 오히려 중국에 공장을 세울 요인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