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취임 3년차 ‘윤석열정부’ 주요 경제 정책도 간판을 떼고 두 달간의 ‘정책 공백기’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조기 대선까지 남은 두 달간 국가신인도 및 민생 경제 관리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지만, 대미 관세 협상·내수 부양 등의 난제 대응에는 한계가 뚜렷할 전망이다. 반면 탄핵 정국이 일단락되며 경제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되고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확장 재정이 본격화할 것이란 낙관적인 관측도 나온다.
6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경제팀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중심으로 트럼프 2기 통상 대응 및 민생 지원 등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먼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이끄는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를 중심으로 대미 관세율 인하 등 통상 문제 대응을 본격화한다. 경제팀도 이번 주 산업경쟁력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관세 충격에 직면한 자동차 업종에 3조원 안팎의 긴급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앞둔 시점에서 주요 정책 결정은 차기 정부 몫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선거 결과에 따라 윤석열정부의 굵직한 경제 정책도 추진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 이 경우 총지출 억제를 통한 건전재정 확립과 법인·부동산·상속세 감세 기조가 변화에 직면하고, 정부가 추진 중인 유산취득세 전환 및 상장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밸류업’ 세제 지원 프로그램도 재검토 대상에 오를 수 있다. 한 권한대행이 최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상법 개정안도 대선 결과에 따라 ‘입법 재시도’ 가능성이 거론된다.
재건축 규제 완화 등 윤석열정부 부동산 정책도 백지화 기로에 놓였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 반대가 거셌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및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은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차기 대선을 맞게 됐다.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폐지 및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 등의 정책도 선거 결과에 따라 존폐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다만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넉 달간 한국 경제에 드리웠던 탄핵 정국의 불확실성은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헌법재판관 만장일치로 대통령 파면이 결정됨에 따라 불확실성 장기화 우려가 제거되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들었다”며 “정치 불안으로 촉발된 소비와 기업 심리의 하방 압력이 일부 완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캐슬린 오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도 “대선 기간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악의 상황은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대선 향방에 따라 대규모 추경 편성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영국 투자은행(IB) 바클레이즈는 정부가 제시한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경’보다 더 큰 20조~25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전망했다. 바클레이즈는 “정치적 관심이 대선으로 이동하고 트럼프 관세에 따른 외부 충격을 감안할 때 경제 정책 조합이 보다 부양 기조로 전환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선 등) 정치 일정은 가시화됐지만 정책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라며 “통상 대응, 추경 등 시급한 사안은 정부와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