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한국은행이 지난 2월 가정했던 비관 시나리오인 1.4%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른 주요 기관들도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가운데 1% 사수가 힘들다는 예측도 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조사국은 이르면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리스크를 반영한 성장률 예상 시나리오 및 전망치를 이창용 한은 총재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두 달 전 제시한 비관 시나리오보다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본다. 지난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관세 정책이 비관 시나리오 속 전망보다 더 강도 높게 평가되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2월 25일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대폭 낮추면서 비관 시나리오도 함께 제시했다. 미국이 중국 등 주요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한 뒤 이를 2026년까지 유지하고, 상대국이 높은 강도로 관세 보복에 나설 경우 1.4%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지난번 비관 시나리오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상황이 안 좋다. (보복관세 등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른 여파도) 계속 진행 중”이라며 “1.4%에서 상당 폭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분기별 흐름도 좋지 않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066%로 경제협력개발기구 36개국에 중국을 더한 37개국 중 29위에 그쳤다. 3분기 연속 하위권으로 올해 1분기 역시 뚜렷한 반등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이미 이런 상황 등을 반영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씨티는 지난 4일 기존 1.0%에서 0.8%로 0.2% 포인트 낮췄고 JP모건도 1.2%에서 0.9%로 내려 잡았다. JP모건은 보고서에서 “연간 수출 증가율도 1.3%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미국의 전방위적 ‘관세 폭격’에 대응해 통상교섭본부장의 방미를 추진하며 공식 협상채널을 가동할 계획이다. 다만 빠른 결과 도출보다 ‘신중모드’ 유지에 좀 더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주변국의 대응 전략을 봐가며 대응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미 간 양자 협상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의 대응 움직임 등 고려할 변수가 많다”고 설명했다.
황인호 기자, 세종=김혜지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