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이 지난 3~4일 이틀 연속 주식 거래가 먹통이 되는 초유의 전산사고 발생에도 원인을 파악하지 못해 투자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는 거래 증권사를 바꾸겠다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키움증권 전산 시스템을 설계한 곳이 키움증권이 아니라 모회사 다우기술이어서 원인 파악과 해결이 늦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금융투자업계는 키움증권의 주식 매매 먹통 사태가 커지는 원인으로 다우기술에 의존하는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자체 역량이 없어 사고 대응은 물론 원인 파악에도 미숙하다는 지적이다. 주말인 5일 오전 10시부터 6일 오후 8시까지 모든 서비스를 중단하고 시스템 전면 재점검에 나선 이유도 이 때문이다. 키움증권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다우기술이 키움증권 모회사이지만 주도권이 없다”며 “다우기술 매출 대부분이 키움증권에서 발생하는 탓에 키움증권 관계자들은 다우기술을 IT 하청업체 쯤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우기술의 IT 역량에도 의구심이 커진다. 업계에서는 지난달 4일 출범한 대체거래소에 맞춘 키움증권 자체 자동주문전송(SOR)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경쟁사들은 코스콤이나 넥스트레이드가 만든 SOR을 사용 중이지만 키움증권만 자체 개발 시스템을 쓰고 있어서다.
다우기술은 IT 기업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IT 시스템구축관리본부 매출은 지난해 기준 전체의 3.79%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지분 42.31%를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키움증권에서 발생한다. 매출만 보면 다우키움그룹에서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금융회사에 가깝다.
다우기술 시가총액은 약 8700억원으로 2조9000억원인 키움증권의 30%밖에 되지 않는다. 모회사 자회사 중복 상장으로 인한 디스카운트를 고려하더라도 IT 역량에 대한 시장 평가는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키움증권은 2000년 경쟁사보다 빠르고 직관적인 디자인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낮은 매매 수수료로 제공해 대형 증권사로 성장했다. 증권업계 혁신 아이콘이었지만 후발주자에 대한 초조함이 엿보인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는 지난달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토스증권 커뮤니티는 리딩방 같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금융감독원은 키움증권에 대해 전산사고 원인 파악과 사실관계 확인 등을 거친 뒤 검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