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아진 심장혈관에 그물망을 넣어 넓히는 ‘스텐트 시술’을 받은 환자들이 평생 챙겨 먹어야 하는 약이 바뀔 수도 있겠다. 국내 연구진이 스텐트 시술 후 기존에 복용이 권고되던 아스피린 대신 ‘클로피도그렐’이란 항혈소판제(피를 묽게 만드는 약)가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 사건의 재발을 막는 데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이라고 세계 최고 의학학술지 ‘랜싯(Lancet)’ 최신호를 통해 국제 학계에 보고했다.
현재 미국이 주도해 만든 국제 치료 지침은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PCI) 후 6개월~1년간 아스피린과 P2Y12(클로피도그렐 포함)를 병용하는 ‘이중 항혈소판 치료’를 권장하고 이후에는 평생 아스피린을 단독 복용하라고 안내한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한주용·송영빈·최기흥 교수와 삼성창원병원 박용환 교수팀은 2020년 8월~2023년 7월 국내 26개 의료기관에서 PCI를 받은 5506명 대상으로 이 같은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표준 항혈소판 치료를 끝낸 이들 환자를 클로피도그렐 사용군(2752명)과 아스피린 사용군(2754명)으로 나눠 평균 2년 이상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클로피도그렐 복용 환자는 아스피린 복용군 보다 전체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등 연구의 주요 항목 발생 위험이 29%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출혈 발생률은 두 약제 사용군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일반적으로 항혈소판제 효과가 뛰어날수록 위장관 등의 출혈 위험도 덩달아 증가한다는 통념과 배치되는 결과다.
이번 연구를 계기로 국제 치료 지침이 바뀔지 주목된다. 한주용 교수는 7일 “클로피도그렐은 이중 항혈소판 치료 이후 평생 유지 요법으로 아스피린보다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면서 “향후 가이드라인에서 클로피도그렐 단독 요법이 아스피린 단독 요법과 적어도 동등하게 다뤄지고 반복적인 심혈관 사건의 위험이 큰 환자에서는 아스피린에 우선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