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을 바꾸는 의학 혁명, 재생의료

입력 2025-04-08 00:31

재생의학 관련 법률이 제정되고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대한민국 의학의 방향이 재생의료 시대로 본격 접어들었다. 현재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으로 인정된 병원은 120여곳에 불과하나 정부는 이를 200곳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래도 전국 의료기관 8만여곳 중 0.3%에 불과하다. 대다수 실시기관이 서울에 집중돼 새로운 의술 혜택이 수도권에 한정될 가능성도 크다. 재생의료가 진정한 의학의 패러다임 전환이 되려면 더 많은 지역에서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재생의료는 손상되거나 기능을 잃은 인체 조직과 장기를 복원하거나 대체해 질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혁신적인 분야다. 특히 줄기세포와 면역세포를 활용한 치료법은 기존 치료법이 한계에 부딪혔던 희귀성 및 난치성 질환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내 경우 1990년대 정형외과 전문의가 된 후 박사후과정에서 미국 피츠버그대와 존스홉킨스대, 하버드대에서 의학을 공부하며 줄기세포와 유전자 치료술에 매료됐다. 미국에서 3년간 치열하게 이 분야를 연구하며 재생의료의 무한한 가능성도 확인했다. 이후 2001년 병원을 세우고 지금껏 줄곧 이 분야를 연구했다. 2023년 12월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으로 인증받으면서 꿈꾸던 의학의 새로운 세계로 달려가고 있다.

2020년 제정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세포치료와 유전자치료 등 첨단재생의료의 안전 관리와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 이는 임상연구 활성화와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 제공을 위한 법적 기반이다. 지난 2월 21일부터는 개정안이 시행돼 임상연구에 한정됐던 첨단재생의료를 실제 환자 치료에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중증·희귀·난치 질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고 재생의료기술 발전도 도모할 중요한 전환점이다.

또한 정부는 범부처 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로 핵심·원천기술 개발에서 임상 단계까지 전 주기를 지원한다. 재생의료 기술 혁신 및 상용화 촉진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정책적 지원은 재생의료가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재생의료가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인 이유는 손상된 조직이나 장기를 재생해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재생의학은 초고령화 사회에서 ‘젊은 노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오랜 시간 줄기세포와 면역세포 연구에 매진한 나는 이 기술이 노화와 질병으로 인한 조직 손상을 되돌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지금도 줄기세포를 이용한 심장질환 치료와 면역세포를 활용한 암 치료 등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으며 일부는 임상 적용 단계에 이르렀다.

일반 국민이 재생의학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뭘까. 첫째 재생의료는 중증·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제시한다. 둘째 인구 초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보다 근본적인 치료법이 필요해진 상황에서 재생의료는 삶의 질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셋째 재생의료 기술의 발전은 의료 산업 혁신을 촉진하고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재생의료는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행위가 아니다. 인간에게 주어진 창의력과 과학적 탐구 정신은 신이 부여한 능력이다. 이를 통해 생명을 연장하고 건강한 삶을 누리는 건 창조주의 섭리를 더욱 깊이 깨닫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재생의료는 삶의 방식과 질병 치료에 대한 인식을 바꿀 것이다. 미국에서의 연구 경험과 현재 병원의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 인증을 바탕으로 나는 이 분야가 가져올 긍정적 변화를 확신한다. 앞으로의 칼럼에선 줄기세포와 면역세포를 중심으로 한 재생의학의 실제 사례와 가능성, 최신 연구 동향을 다룬다.

재생의료는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의료계의 노력, 국민적 관심이 함께 어우러져 재생의료가 우리 삶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길 기대한다. 이는 우리에게 생명을 준 하나님의 섭리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는 길이 될 것이다.

(선한목자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