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볼·칵테일도 요산 수치 높여
유제품·채소 충분한 섭취 중요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관리해야”
유제품·채소 충분한 섭취 중요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관리해야”
“요산 수치가 높게 나왔어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요즘 온라인커뮤니티에서 혈압이나 혈당값 못지않게 자신의 체내 요산 수치에 관심을 갖고 궁금해하는 글을 적잖이 볼 수 있다. 실제 최근 대한류마티스학회 발표에 따르면 혈액 속 요산 수치가 높은 고요산혈증 성인이 국내에 548만명이나 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 10명 중 6명은 20~40대 남성인 것으로 나타나 해당 연령층에 ‘요산 경계령’이 내려졌다.
과당 음료나 치킨 같은 기름진 음식의 섭취, 음주(특히 맥주)를 즐기는 습관이 젊은 층에서의 고요산혈증 유병자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더구나 고요산혈증 환자의 20%는 ‘통증의 왕’으로 불리는 통풍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통풍으로 진행되면 엄지발가락이나 팔꿈치, 발목, 무릎 등 관절 부위에 염증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을 겪을 수 있다.
성인 8명 중 1명 ‘요산 수치 높아’
고요산혈증은 일반적으로 혈중 요산 농도가 6.8㎎/㎗ 이상으로 증가한 상태를 말한다. 이 수치부터 요산이 과포화돼 결정을 만들기 시작하고 관절의 연골, 힘줄 등에 쌓인다. 강북삼성병원 은영희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7일 “모든 고요산혈증 환자에서 통풍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병 기간이 길수록, 요산 농도가 높을수록 통풍 위험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통풍이 발생하기 전 ‘무증상 고요산혈증’일 때부터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류마티스학회가 2016~2023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국내 성인 8명 중 1명(13.1%)이 고요산혈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유병률(24.0%)이 여성(2.2%)보다 10배 이상 높았다. 남성은 30대(32.6%), 20대(31.7%), 40대(25.3%) 순으로 높았다. 여성은 70세 이상에서 5.5%로 가장 높았다. 남성은 사춘기 이후 요산 농도가 점차 증가하지만 여성은 폐경 전까지는 남성보다 낮게 유지된다. 이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콩팥에서 요산의 배설을 촉진해 혈중 요산 농도를 낮추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폐경 후 여성에서는 에스트로겐 감소로 요산 농도가 증가한다. 유병률 바탕으로 추산하면 국내엔 548만명이 고요산혈증에 해당하며 20~40대 남성이 63%(347만명)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은 교수는 “최근 8년간 데이터를 보면 남녀 모두 젊은 층에서 고요산혈증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이는 서구화된 식습관, 특히 과당이 함유된 음료나 육류·고열량 식품 섭취, 단백질 보충제의 사용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젊은 층에서 늘고 있는 비만이나 대사증후군도 위험 인자”라고 말했다.
젊어지는 통풍 환자, 왜?
통풍은 음식물이 소화·흡수되면서 만들어지는 찌꺼기 물질인 ‘퓨린’의 대사 과정에 장애가 생겨 요산이 과도하게 몸속에 축적되는 병이다. 정상적으론 소변으로 배출돼야 한다. 하지만 혈중 요산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으면 결정체로 변해 관절에 쌓여 염증을 유발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통풍 진료 환자는 2022년 50만8397명으로 2018년 43만3984명보다 약 17%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2019년까지 50대의 비율이 가장 높았으나 2020년대부터 40대가 가장 많았고 20·30대 비율이 증가 추세로 나타나 통풍 환자의 연령대가 젊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분당제생병원 채지영 류마티스내과장은 “젊은 층의 알코올 섭취가 늘고 치킨, 고기류 등 퓨린 함량이 높은 배달 음식의 잦은 섭취 등으로 통풍 유발 환경이 형성됐다”면서 “특히 요즘 소비가 많은 하이볼, 칵테일 등 혼합술은 알코올뿐 아니라 탄산과 과당을 함께 함유하고 있어 혈중 요산 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래서 고요산혈증 예방을 위해선 우선 음주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퓨린 함량이 많은 간·콩팥 등 고기 내장류나 붉은 육류, 과당·청량음료의 섭취를 자제해야 한다. 우유 등 유제품이나 채소는 많이 먹는 것이 도움 된다. 은 교수는 “설탕이나 크림이 포함되지 않은 블랙커피는 요산 배설을 촉진하므로 제한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조언했다. 하루 2ℓ 이상의 충분한 수분 섭취와 규칙적인 운동 또한 중요하다. 비만인 경우 체중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요산혈증 환자 중 요산 농도가 9㎎/㎗을 초과하거나 반복되는 통풍 발작, 3기 이상의 만성 콩팥질환, 요로 결석이 있는 경우엔 반드시 요산강하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차훈석 류마티스학회 이사장은 “통풍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관리해야 하는 대사질환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위험군인 경우 평소 혈액 검사를 통해 요산 수치를 정기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선 국가건강검진에 요산 수치 항목을 포함해 조기 진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