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시장의 ‘패닉셀’(공황 매도)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 3대 지수 모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낙폭과 유사한 수준으로 하락했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중국이 대미 보복관세를 발표하는 등 관세 리스크가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시장은 ‘경제 소방수’인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바라보지만, 연준은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다.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231.07포인트(5.50%) 급락한 3만8314.86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날보다 322.44포인트(5.97%) 떨어진 5074.0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962.82포인트(5.82%) 하락한 1만5587.79에 장을 마감했다.
6일 하나증권에 따르면 일간 하락률 합산 기준 나스닥의 최근 2거래일간 하락률(-11.8%)은 2000년 4월 닷컴버블에 의한 증시 붕괴 초기 때의 폭락분과 유사한 수준이다. S&P500 지수의 지난 3~4일 하락 폭(-10.5%)도 1980년 이후 5번째로 크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 코스피(-1.62%)와 일본 닛케이225(-5.52) 등 아시아 증시도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날인 2일 이후 이틀 동안 내렸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가 각국의 보복관세로 확산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훼손과 교역량 위축 우려가 커져 금융시장의 패닉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증시 폭락에 따른 저가 매수를 제외하고는 반등 요인도 마땅히 없는 상황이다.
JP모건체이스의 브루스 카스만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날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정책으로 올해 미국 경제가 역성장에 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카스만은 올해 미국 성장률을 이전 1.3%에서 0.3%로 대폭 하향 조정하며 “세계 경제 침체 확률도 40%에서 60%로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주식시장 위기 때마다 기준금리를 인하해 지수 반등의 트리거 역할을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연준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제롬 파월 의장은 신중한 태도다. 그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크며 그 영향이 더 지속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증시는 중국의 대미 34% 보복관세로 인한 미·중 무역분쟁 시즌 2, 파월 의장의 신중한 태도, 스태그플레이션 불안, 기업 이익 추정치의 급격한 하향 가능성 등 부정적 요인이 다수”라고 짚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수 반등을 위해서는 트럼프와 연준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