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대통령 파면 이후 외교 과제

입력 2025-04-07 00:33

윤석열 대통령에게 파면이 선고되면서 12·3 비상계엄에 따른 정치적 혼란이 일단락되고, 이제 정치의 시간이 도래했다. 곧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후보가 나서고, 국민의 마음과 표를 얻기 위한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선거는 보통 먹고사는 문제가 결정하곤 하지만 나라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거세 외교 정책도 중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두 가지 시급한 과제를 제시해 본다.

첫째, ‘정치 있는 외교’를 세워야 한다. 초당 외교의 필요성이 종종 거론되지만 이는 결코 정치를 초월한 외교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외교는 국제 정치뿐 아니라 국내 정치의 맥락 속에서 작동한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초당 외교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적 과정을 제대로 거쳐야만 비로소 가능해진다. 아무리 옳은 정책이라도 정치적 반대 세력과의 대화 및 여론의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을 생략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되면 후일 부정되고 뒤집힐 가능성이 남는다.

안타깝게도 최근 ‘정치 없는 외교’의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 윤석열정부를 되돌아봐도 정치 없는 외교와 그 한계를 절감하게 된다. 예컨대 정부가 야심차게 천명한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에 대한 국민 체감도는 낮았다. 또 정부가 2023년 강제징용 문제를 둘러싼 한·일 교착 상태를 과감히 해결했다고 선언했지만 그리해야만 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친절한 설명이 없었다. 그리하여 한·일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과는 별도로 그것이 정말 해결인지 의문을 남겼다. 정권교체 후에도 대일 정책은 유지될 것인가 하는 의문도 남겼는데, 이제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선거 이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둘째, 국민의 안보 불안을 시급히 해소해야 한다. 최근 국제 정세의 유동성이 우리 국민의 스트레스 지수를 크게 높이고, 특히 거칠게 펼쳐지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정책이 동맹 파트너로서의 미국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품게 한다. 예컨대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무역 상대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직접 발표했는데, 우리나라에 부과된 관세율은 근거를 이해하기 힘들다. 이는 비단 경제 관계에 대한 의문에 국한되지 않고 한·미동맹에 크게 의지해온 안보에 대한 불안감까지 촉발한다.

트럼프의 재집권 이후 미국발 변화가 크므로 지나친 낙관은 경계해야겠지만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우리 안보를 어느 정도 안심해도 괜찮을 것 같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이나 중동 지역에서의 군사 개입과 부담을 줄이려 하지만, 지난달 29일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한 미 국방부의 ‘임시국방전략지침’이 보여주듯 이는 고립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의 경쟁에 힘을 집중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 거부가 주 목적이다. 필자도 지난주 필리핀과 대만을 방문해 외교 당국자와 대화를 나눈 결과 미국의 안보 지원 공약에 대한 비교적 낙관적인 평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인도·태평양에 대한 미국의 안보 개입 의지가 확인됐다고 해서 북핵 위협에 직면한 우리의 특수한 우려가 직접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확장억제 제공의 신뢰성이 문제다. 과연 미국은 북한이 핵으로 우리를 공격하면 결연히 핵 보복으로 대응할 것인가. 미 국방부의 임시국방전략지침은 유럽에서 러시아 핵 위협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의지를 확인하고 있으므로 미국의 북핵 대응 의지도 크게 의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자초한 전반적인 대미 불신감을 감안할 때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확인은 필요하다. 선거를 거쳐 새 정부가 출범하면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의지를 조속히 확인함으로써 국민을 안심시키고 나아가 북한의 오판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마상윤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