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두 번째 대통령 파면
아쉬워도, 미워도 변하지 않아
혹한의 아스팔트 뜨겁게 달군
찬반 열기 모아 미래 준비할 때
미움과 갈등 부추기지 않고
대한민국 책임질 지도자 뽑아야
아쉬워도, 미워도 변하지 않아
혹한의 아스팔트 뜨겁게 달군
찬반 열기 모아 미래 준비할 때
미움과 갈등 부추기지 않고
대한민국 책임질 지도자 뽑아야
헌정사상 두 번째 대통령 파면이 이뤄졌다. 두 쪽으로 갈라진 민심은 환호와 탄식을 동시에 쏟아냈다. 대통령 탄핵에 관련된 입장은 정반대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깨닫지 못한 공통점이 매우 큰 사람들이다.
서로 욕하고 비난해도 영하 10도의 강추위 속에서 차디찬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탄핵에 찬성하거나 반대한다고 외칠 정도로 자신들의 조국인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그 미래를 걱정한다는 점에서 두 집단은 매우 닮았다.
이제 윤석열정부는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됐다. 아무리 아쉬워해도, 아무리 미워해도 변하는 것은 없다.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는 대대손손 후세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몫이지 지금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당면한 문제를 현명하게 풀어갈 능력과 국민 통합을 이룰 수 있는 도덕성을 갖춘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이다.
광복 후 80년, 경제개발을 시작한 지 65년, 온갖 고통 속에 이룩한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망가뜨릴 수 있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이 나라를 지켜내고 후손에게 자랑스러운 나라를 물려줄 수 있느냐의 여부가 이번 선택에 달려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는 그 밥에 그 나물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상의 유일한 대권 후보지만 30차례의 탄핵안 발의와 헌정사상 유례없는 야당 단독의 예산안 처리로 탄핵 사태를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다.
12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돼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지만 무엇보다 법인카드로 생활비 쓰고 제사상에 올릴 제수까지 샀던 사람이고 입만 열면 거짓말을 밥 먹듯 한다는 점이 걸린다. 탄핵심판 선고 하루 전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1만명을 학살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고 발언했는데, 그 근거가 무엇인지 밝히지도 않는다. 아무리 면책특권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목적을 위해 어떤 거짓말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사람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 있을까.
국민의힘을 보면 10여명의 대권후보군이 떠오른다. 현직 시장이나 도지사들도 있고, 장관이나 국회의원들도 있다. 과거 대선에 출마한 경력자도 있고 탄핵 정국에서 여차하면 출마하기 위해 미리 준비해 온 사람들도 있다. 당내에서는 치열한 경선 흥행으로 이 대표를 압도할 후보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메뉴가 많은 식당에 진짜 맛있는 음식은 찾기 어려운 것처럼 후보가 많다고 해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한몸에 받을 대권 후보가 쉽게 나오기는 어렵다. 지난 대선이 불과 0.73% 포인트, 20여만표의 박빙 승부였음을 고려할 때 출마를 선언한 40대 이준석 의원도 대선의 변수가 아닌 상수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결과는 정권교체 여론이 유지보다 높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한국 유권자의 정서상 정권교체의 의미는 곧 국민의힘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의 대통령 권력 이전을 의미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은 대통령 권력과 의회 권력을 모두 틀어쥐는 무소불위의 정당이 될 것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의회 운영 방식은 결코 민주적이 아니었다. 이재명 일극 체제라는 민주당이 자행한 비명횡사 공천과 북한의 노동당을 쏙 빼닮은 민주당의 1인 독재적 당 운영을 생각한다면 민주당이 대통령 권력까지 움켜쥘 때 예상되는 결과는 불문가지다.
혹한의 겨울, 서럽도록 시린 광장마저 뜨겁게 달구었던 탄핵 찬반 집회 참가자들이 서로에 대한 미움과 분노, 막말과 파괴적 행위를 뒤로하고 이제는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함께 공유했던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숭고한 조국애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미래를 선택해야 할 때다. 각 정당은 상대에 대한 미움과 갈등을 부추겨 반사이익을 챙기려는 얄팍한 생각만으로 선거에서 승리할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급변하는 국제 정치·경제 환경 속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힐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고 이를 진정으로 실천할 인물을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 국민도 패거리 정치에서 벗어나 이 나라의 미래를 설계하고 책임 있게 실천할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 순간의 선택이 100년, 아니 1000년을 좌우한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