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대하는 정치권의 온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위대한 국민의 승리”라고 환호하면서도 내부에는 언행 주의를 거듭 당부했다.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두 번째 탄핵된 국민의힘은 침통함 속에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4일 “위대한 국민이 위대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되찾아 주셨다”며 “계엄군 총칼에 쓰러져간 제주 4·3과 광주 5·18 영령들이, 총칼과 탱크 앞에 맞선 국민이, 부당한 명령을 거부한 장병들의 용기가 빛의 혁명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저 자신을 포함한 정치권 모두가 깊이 성찰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할 일”이라는 발언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비공개회의에서는 국가적 비극 상황을 환호하는 모습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오갔다고 한다. 이 대표도 “신나 할 일이 아니다.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곧 당을 대선 체제로 전환하고, 윤 전 대통령 파면으로 달궈진 정권교체 여론을 대선까지 끌고 간다는 전략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은 1호 당원 윤석열을 즉시 제명하고, 내란 행위에 동참한 소속 의원들도 모두 징계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한 중진의원은 “중도 보수층의 국민의힘 이탈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조기 대선 내내 민주당 우위의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겸허하게 수용한다”고 밝혔다. 또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한다. 이번 사태로 인한 국민의 분노와 아픔에 대해서도 무겁게 인식하고, 질책과 비판 모두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의총에서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권 원내대표는 그러면서도 “지금도 정치의 시계는 어김없이 돌아가고 있다. 2개월 후면 대선”이라며 “시간은 촉박하지만 절대로 물러설 수 없고, 져서는 안 될 선거”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으로선 탄핵 정국을 거치며 찬탄·반탄으로 갈라진 당 분열을 수습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권 원내대표는 “피와 땀과 눈물로 지키고 가꿔온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험천만한 이재명 세력에게 맡길 수 없다”며 “승리를 위해 우리부터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비공개 의총에서 일부 반탄파 의원들은 “탄핵 찬성 의원들에 대한 조치를 공론화해야 한다”며 탄핵 불가피론을 폈던 의원들을 직격했다. 자조 섞인 한탄도 쏟아졌다. 영남권 한 중진 의원은 “우리는 폐족이 됐다. 다가오는 선거는 이기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번 대선에는 당 소속 후보를 내보내지 말자”는 다른 중진 의원의 의견도 나왔다. 권 원내대표는 의총 말미에 “선거를 통해 다시 한번 기적을 만들 수 있다”며 단합을 거듭 강조했다.
정현수 박장군 이강민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