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가 길어지면서 헌법재판관 의견이 ‘5대 3’으로 갈린 것 아니냐는 등 각종 추측이 쏟아졌지만 8인의 결론은 전원일치 파면이었다. 애초 비상계엄의 중대한 위헌·위법에는 재판관들 이견이 없었고, 절차적 쟁점 등에서 신중한 검토를 진행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헌재가 선고 이후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 전원일치 결론을 도출한 것이란 시각도 있다.
헌법재판관 8인은 4일 탄핵심판 청구가 적법했고, 윤 전 대통령 행위는 헌법수호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 법 위반 행위라는 일치된 의견을 밝혔다. 절차적 쟁점에서 일부 보충의견이 있었을 뿐 소수의견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헌재가 지난 2월 25일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을 종결했을 때만 해도 전례에 비춰 2주 후인 3월 중순 선고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선고일 고지가 늦어지면서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평의가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갖가지 추측이 제기됐다.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사건에서 재판관들 의견이 갈라진 것을 근거로 ‘5대 3 기각’이 유력하다는 주장도 확산됐다. 유튜버 등의 입을 통해 “재판관들이 고성을 지르며 다퉜다” “4대 4로 대립 중”이라는 설도 퍼졌다. 평의는 철통 보안 속에 진행돼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알 수 없음에도 온갖 설이 끊이지 않았다.
보수 성향 재판관이 기각·각하 의견을 냈다는 추측도 온라인 공간에서 빠르게 확산했지만 실제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들도 파면 결론을 내놨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선고 직전까지 재판관 의견이 엇갈렸다는 지라시가 돌았지만 실제 결과는 8대 0 전원일치 파면이었다.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서도 같은 흐름이 반복됐다.
법조계에서는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는 과정에서 선고일이 늦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헌재 헌법연구부장 출신 김승대 전 부산대 로스쿨 교수는 “탄핵 사건 논의 과정에서 진통을 많이 겪었다는 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것”이라며 “재판부가 적법성 부분을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선고 일정이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결정문을 읽어보면 애초에 재판관 사이 큰 이견은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헌재 밖 광장에서는 대립과 분열이 극에 달했다. 그간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재판관들이 의견 일치를 이뤘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일부 반대 의견을 낸 재판관들이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 뜻을 바꿔 만장일치 대의에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관들은 탄핵심판 과정에서 제기됐던 절차적 문제를 헌재가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두고 김복형 조한창 재판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그간 대통령 탄핵심판에 있어 공정성의 요청이 신속성의 요청에 의해 다소 후퇴돼 왔다”며 “이제는 탄핵심판 절차에 요청되는 신속성과 공정, 두 가지 충돌되는 가치를 보다 조화시킬 방안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했다.
송태화 신지호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