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신들은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을 비중 있게 보도하며 한국의 대선 정국으로 시선을 돌렸다.
AP통신은 “윤 전 대통령이 입법적 교착 상태를 돌파하겠다며 국회로 군대를 투입해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계엄 시도가 좌절된 뒤 4개월 만에 파면됐다”고 전했고, AFP통신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파면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와 CNN은 홈페이지에서 윤 전 대통령 파면 소식을 ‘실시간 업데이트 뉴스’로 다뤘다. NYT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 민주주의 안전장치의 시험대를 넘어 새 지도자를 선출할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CNN은 헌재의 결정으로 수개월간의 불확실성이 종결됐다면서 “몇 년 전 다른 대통령의 탄핵과 수감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두각을 나타낸 검찰 출신 정치인이 명예로운 지위에서 (박 전 대통령과) 같은 운명을 맞게 된 놀라운 추락”이라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과 러시아 타스통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모두 홈페이지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가디언은 헌재에서 만장일치로 파면이 결정됐다며 “이 역사적 결정은 한국 민주주의의 중요한 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직 파면’이 포털 바이두의 실시간 검색 뉴스 1위에 오를 만큼 큰 관심이 쏠렸다. 2위 키워드도 ‘한국 60일 내 대통령 선거 실시’였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연이어 속보를 타전하면서 “한국은 이제 60일 안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소개했다. 관영 신경보는 윤 전 대통령이 즉시 관저를 떠나고 연금을 받지 못한 채 최소한의 경호만 보장받는 파면 이후의 처우를 상세하게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의 대선 정국과 한·일 관계 변화 가능성에 주목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서지만 선거의 향방을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윤 전 대통령 임기에 양호했던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고 전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이날 중의원(하원) 내각위원회에서 한국 상황 관련 질의에 “앞으로 대선이 치러질 것이고 한국의 민주주의가 판단할 것”이라며 “어떤 상황이 오든 긴밀한 한·일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대응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입장문을 내고 “한국의 민주주의 제도와 법적 절차,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한·미동맹의 지속적인 힘과 한국 방위에 대한 철통같은 공약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윤 전 대통령의 짧은 정치 경력이 끝났지만 한국의 혼란이 종식된 것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로이터통신은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정국 안정을 이뤄야 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상대하게 되는 난관을 앞두고 있다”고 짚었다.
김철오 박민지 기자,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