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한 4일 원·달러 환율이 2년5개월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1430원대로 떨어졌다. 탄핵 인용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반면 코스피는 미국발 악재의 영향을 떨쳐내지 못하고 하락세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 주간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1467원) 대비 32.9원 하락한 1434.1원으로 마감했다. 2022년 11월 11일의 59.1원 하락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환율이 종가 기준 1430원대를 보인 것도 지난 2월 26일(1433.1원) 이후 처음이다.
원화 가치가 단숨에 30원 넘게 상승한 것은 대통령 파면으로 정치 불안이 상당히 해소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날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로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 영향도 반영됐다. 전날 1000원에 근접했던 원·엔 환율도 이날 10원 넘게 하락하면서 980원대로 내려앉았다. 이주원·이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추경 편성에 따른 내수 부양 기조가 원화 강세를 뒷받침해줄 전망”이라며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는 전날 뉴욕증시의 폭락에도 국내 정치 불안 해소에 힘입어 0.86% 하락에 그쳤다. 전날보다 21.28포인트 내린 2465.42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탄핵심판 선고가 한창 진행 중이던 오전 11시15분 한때 2506.71까지 올랐지만 선고 이후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전날 상호관세 발표 여파로 미 다우산업지수가 3.98% 폭락한 대외 악재를 이겨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를 열어 헌재의 파면 결정과 미국발 상호관세 조치에 따른 금융·외환시장 반응을 점검하고 “필요시 가용한 시장 안정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별도 개최한 경제관계장관간담회에서는 “조기 대선까지 2개월 동안 국가신인도 사수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키움증권에서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한 주식 매매 주문 체결이 지연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 투자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키움 측이 뚜렷한 원인을 설명하지 못하면서 다음 주에도 체결 지연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증권사 10여곳의 최고정보책임자(CIO)를 소집해 전산 안전 운영을 위한 점검을 당부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