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폭탄 맞은 월가 망연자실… 韓관세 26→25% 수정

입력 2025-04-04 19:35 수정 2025-04-04 19:3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충격에 뉴욕증시가 폭락한 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세계 금융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전 세계 교역국을 상대로 고율관세 부과를 발표한 여파로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4500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하면서 5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3.98% 하락한 4만545.93,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4.84% 떨어진 5396.52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만6550.61까지 5.97% 급락했다. 나스닥지수의 일간 낙폭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월 이후 5년 만에 가장 컸다. S&P500지수와 다우지수도 2020년 6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다우존스 마켓데이터를 인용해 “뉴욕증시에서 하루 만에 3조1000억 달러(약 4500조원)의 시총이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20%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하자 이날 유럽증시도 3% 넘게 하락했다.

트럼프는 전날 모든 국가에 10%의 기본관세를 부과하고 미국의 무역적자 폭이 큰 교역 상대국에 추가 세율을 부과하는 상호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조치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이에 따른 수요 둔화로 경기 침체를 불러올 것이라는 경고가 월가에서 나오고 있다. JP모건체이스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브루스 카스만은 “발표된 정책들이 전면 시행되면 상당한 거시경제적 충격이 될 것”이라며 “올해 세계 경제의 침체 확률이 40%에서 60%로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세계 경제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외 생산망을 둔 미국 기업들의 영업이익 감소도 불가피하다. 당장 이날 뉴욕증시에서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시총은 1조 달러나 감소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총관세율을 54%로 끌어올린 중국에서 아이폰 공장을 가동하는 세계 시총 1위 애플 주가는 9.25% 급락했다. 46%의 ‘관세 폭탄’을 맞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의류·신발을 생산하는 나이키의 주가는 14.44%나 떨어졌다.

하지만 트럼프는 금융시장 패닉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예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플로리다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미국) 경제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이제 (상호관세로) 수술을 받았으니 다시 호황이 찾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새로운 관세 부과 품목과 관련해 “반도체는 곧 시작될 것이며 제악에 대해선 가까운 미래에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율을 26%에서 25%로 바로잡았다. 트럼프가 전날 도표를 들고 발표할 때는 25%였는데 이후 백악관 행정명령 부속서에는 26%로 기재돼 혼선이 빚어졌다. 3일 백악관 홈페이지에 공개된 행정명령 부속서엔 다시 25%로 수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도 미국 정부로부터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은 25%’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발표 때보다 부속서상에서 관세율이 1% 포인트씩 높았던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14개국이었는데 이들 나라의 관세율이 모두 수정됐다. 1% 포인트라도 최대 수십억 달러가 왔다갔다 하는 중대한 문제인데 미 정부가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혼란을 일으킨 것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