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尹 탄핵 산 넘었지만 경제 해법 더 시급

입력 2025-04-05 01:10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기일인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헌법재판관들이 입장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파면은 탄핵 정국이라는 불확실성 하나를 걷어냈을 뿐, 계엄령 충격에 휘둘려온 대한민국 경제 앞엔 오히려 안개가 더욱 짙어가는 형국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본격화한 ‘관세 폭탄’은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핵심 산업뿐 아니라 전 산업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발 관세전쟁이 국가 경제의 기반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그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마저 탄핵 심판 대상에 오르며 국정 공백이 이어졌고, 그사이 우리는 자유무역 체제 해체라는 변화의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세월을 허비했다. 외교 채널 단절로 주요 기업들은 해외 시장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여왔지만 역부족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건 대선 국면인 향후 2개월간 ‘대통령 대행체제’ 하에서 한국 경제가 격렬한 정치 공방에 밀릴 경우 마지막 ‘골든타임’마저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윤 대통령의 짧은 정치 경력은 끝났지만, 수 개월간 한국이 겪은 혼란의 종말은 아닐 것”이라고 논평했다. 윤석열정부가 추진해온 노동·의료·교육 개혁은 이미 엔진이 꺼졌다. 주 52시간제 개편 등 노동시장 유연화 논의는 중단됐고, AI 교과서 도입과 유보통합 등 교육 혁신 과제도 표류 중이다. 연금개혁법이 공포됐지만, 세대 간 갈등이 부각되면서 근본적인 구조 개혁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경기 반등에 실낱같은 기대를 걸고 있지만, 대선을 앞둔 정국 혼란이 장기화할 경우 체감 경기는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 정치권은 진영 논리를 내려놓고 국익을 중심에 둔 실용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여·야·정 국정 협의체의 전면 재가동으로 경제 안정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추경 편성 합의가 협치의 마중물이 돼야 한다. 차제에 야당은 헌법재판소가 탄핵 결정문에서 “국회가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했다”고 지적한 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탄핵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다. 정치 혼란을 넘어서는 통합의 리더십, 실용적 해결책, 그리고 책임 있는 협치만이 위기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길이다. 그 성과는 60일 내 치러질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지도자를 선택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