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한 매장에 열 살쯤 돼 보이는 어린이가 저금통을 들고 들어와 두리번거린다. 엄마의 선물을 사러 왔다는 아이는 어떤 응대를 받았을까. 스타벅스가 익숙하지 않은 나이 지긋한 손님이 계산대 앞에서 질문 세례를 할 때는 어떤 반응이 나올까. 약간은 귀찮을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환하게 웃으며 친절을 베푸는 모습은, 직접 겪지 않고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웃음 짓게 한다.
작은 친절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 스타벅스는 분기마다 ‘칭찬파트너’라는 이름으로 친절 직원을 뽑는다. 직원에게 감사한 경험을 한 손님들의 의견을 모아서 가장 많은 칭찬을 받는 이들에게 주어진다.
이 칭찬을 22번 연속 받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평범한 미소에 담긴 진심 어린 친절, 손님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지만 단단한 힘을 가진 이들을 지난 1일 서울 중구 명동 스타벅스 지원센터에서 만났다. 칭찬 파트너로 최다 선정된 3인인 최수현(34) 광주신세계DT점 점장, 이승희(35) 아현역대로점 점장, 허진호(29) 광주선운DT점 슈퍼바이저다.
감동 서비스를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뜻밖에도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답이 나왔다. 19번이나 칭찬파트너로 선정된 이 점장은 3년을 빼곡히 모은 ‘원두엽서’ 케이스를 보여준 손님을 잊지 못한다. 리저브점에서 제공하는 커피스토리가 담긴 작은 엽서를 이 손님은 매일 모으곤 했다. 이 점장은 “조금이라도 특별함을 남겨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매번 엽서에 날짜와 짧은 문구를 적어 건넸다. 이 점장이 없는 시간에도 날짜와 문구가 적힌 엽서를 받을 수 있도록 나머지 파트너들에게도 해당 서비스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차곡차곡 모은 엽서들은 고객에게도 이 점장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모두 22번 칭찬파트너에 이름을 올린 최 점장은 취업준비가 길어지고 있어 힘들어하던 한 손님에게 생각지도 못한 감사를 받은 일화를 전했다. 최 점장이 맡고 있는 광주송정로점에선 ‘그날의 인사말’을 정해 고객 응대 시에 간단한 인사말을 전한다. 어느 날 최 점장에게 찾아온 취업준비생 손님은 “오늘 중요한 시험이 있는데 용기를 얻고 싶어서 찾아왔다”며 “매일 주문할 때마다 건네는 인사말에 하루의 힘을 얻곤 한다”며 감사를 전했다. 최 점장은 “‘오늘도 파이팅 하세요’, ‘우산은 챙기셨나요?’ 등 짧은 말들이었는데 작은 말 한마디가 고객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얼마 전 광주송정로점에서 1년 4개월여의 근무를 마치고 광주선운지점DT로 이동한 허 슈퍼바이저는 입사 2년 만에 2년 연속 칭찬파트너 1위에 올랐다. 허 슈퍼바이저는 “정이 많이 들어 아쉬웠었는데, 알고 지내던 고객님들이 새 매장으로 찾아와주시는 걸 보고 무척 울컥했다”며 최근의 일화를 전했다. 다소 외곽에 위치해있는데도 따로 발걸음을 해준 것이다.
칭찬파트너에 꾸준히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이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 점장은 “제가 하루에 1000명의 고객을 응대하더라도 고객 한 분은 저 한 명을 만나는 것이라는 걸 마음속에 새기곤 한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