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대 의대 ‘수업거부 투쟁’, 고학년 반대로 꺾였다

입력 2025-04-03 18:52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생의 등록 마감일인 지난달 27일 서울대 의대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대 의대 고학년을 중심으로 수업 참여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등록 후 수업거부’ 투쟁을 이어가려던 강경파 움직임이 하루도 못 가 좌절됐다. 다른 의대에서도 고학번을 중심으로 수업에 참여하겠다는 의견이 많아 의대생들의 단일대오 균열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서울의대 학년 대표단은 3일 “본과 2학년에서 진행된 수강신청 거부에 대한 찬성 투표수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태스크포스(TF)와 논의한 결과 전 학년 수강신청을 진행하는 것으로 가이드라인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대 의대 TF는 지난 1~2일 의대생 668명을 대상으로 ‘등록 후 수업 거부 수요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668명 중 528명(79.0%)이 ‘4월 3일 이후에도 수강 미신청 및 수업 거부를 지속할 것이냐’는 질문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등록 후 수업거부’ 투쟁에 나서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학번이 높아질수록 수업을 듣자는 의견이 높았다. 학년별 수업 거부 비율은 25학번이 91.0%로 가장 높았다. 이어 24학번(89.1%), 23학번(86.5%) 순이었다. 고학년의 경우 본과 1학년 75.9%, 본과 2학년 75.3%, 본과 3학년 68.4%, 본과 4학년 64.1%로 집계돼 수업 거부 의사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본과생들을 중심으로 투쟁 대열 이탈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강경파 의대생 단체 주장과는 배치되는 모습이다. 앞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지난 2일 15개 의대 재학생 65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실제 수업에 참여하고 있거나 참여 예정인 학생은 3.87%(254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이외 주요 의대에서도 본과 고학년을 중심으로 수업에 참여하자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3일 오전 기준 연세대 의대에선 본과 4학년 93명 중 47%(44명)가 수업에 참여했고, 본과 3학년도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의대에선 본과 2학년(74명)의 수강률이 63.5%(47명)로 집계됐다. 익명을 요청한 한 의대생은 “선배 의대생이 움직이면 당연히 저학년 후배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원준 이정헌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