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상보다 높은 세율로 상호관세를 발표하자 아시아·유럽의 주요 교역국들에 초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를 가장 뼈아프게 받아들인 국가로 일본이 꼽힌다. 트럼프 취임 직후 미·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등 신속하게 대응했음에도 24%의 고율 관세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상은 3일 기자회견에서 “지극히 유감”이라며 “미국에 제외를 요청하는 등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보복 조치에 나설 것이냐’는 질문에는 “솔직히 말하면 어렵다. 효과적인 선택지가 무엇인지 냉정하게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무토 경제산업상은 이날 새벽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온라인 회의를 하며 트럼프 발표 직전까지 설득에 나섰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러트닉이 온라인 회의에서 무토에게 ‘일본의 공헌을 알고 있다. 몇 시간 뒤 발표되니 잘 보라’고 말하면서도 관세율이 24%라고 설명해주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NHK는 “각국 정부와 금융시장에서 ‘트럼프가 관세를 협상용으로 삼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지만 이날 배신을 당한 모양새가 됐다”고 평가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기존의 등거리 외교 전략을 깨고 백악관을 찾아갈 만큼 적극 대응한 인도 역시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더타임스오브인디아는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모디를 ‘훌륭한 친구’라고 치켜세우고도 높은 관세(27%)를 부과했다”고 지적했다. 금융기업 드비어그룹의 나이젤 그린 최고경영자는 “인도는 수출 경쟁력 감소만이 아니라 외자 유치 계획에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부과하는 총 관세율이 54%로 치솟은 중국은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미국의 상호관세는 국제무역 규칙에 부합하지 않고 합법적인 권익을 훼손하는 일방적 괴롭힘”이라며 “국익 보호를 위해 반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줘룽타이 대만 행정원장(총리)도 자국에 부과된 32%의 관세율에 대해 “미국에 엄중하게 항의할 것”이라며 평소보다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깊은 유감”이라며 “협상이 결렬되면 우리의 이익 보호를 위한 추가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모든 국가에 보내는 충고는 보복에 나서지 말라는 것”이라며 “순순히 받아들여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