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방위적인 상호관세 부과는 미국 기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해외에 공장을 두고 있는 정보기술(IT) 제조업체는 물론 글로벌 사업 비중이 높은 빅테크도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미국 주요 기술주는 2일(현지시간) 상호관세 발표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서 일제히 급락했다. 애플 주가는 7%대 떨어졌고 아마존, 엔비디아는 5~6%,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MS)도 3~4%의 낙폭을 보였다.
아이폰의 90%가량을 중국에서 생산하는 애플은 미·중 무역 갈등 이후 공급망을 인도와 베트남으로 확장했다. 하지만 이들 나라 역시 모두 고율의 관세 대상국에 올랐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중국에 대한 관세가 계획대로 부과되면 애플의 연간 비용이 85억 달러(약 12조45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빅테크는 유럽연합(EU)이 예고한 보복 조치의 직접적인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뉴욕타임스(NYT)는 “EU는 가장 극단적인 선택지로 ‘통상 위협 대응 조치’(Anti-Coercion Instrument)를 꺼내 들 수 있다”며 “이는 구글 등 미국 빅테크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조치는 EU 회원국에 통상 위협이 되는 국가의 서비스, 금융, 지식재산권 관련 무역과 외국 자본의 투자 등을 제한하는 것이다.
EU가 빅테크들의 조세 회피를 막는 디지털세와 거대 플랫폼을 제재하는 디지털시장법(DMA) 등 규제책을 재차 꺼내 들 수도 있다. 이 경우 구글, 애플 등이 세금이나 과징금 부담으로 유럽 내 사업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일 “유럽은 통상에서 기술 부문에 이르기까지 많은 카드를 쥐고 있다”며 “필요하면 보복할 수 있는 강력한 계획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동시에 EU가 디지털세와 DMA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회원국 간 무관세인 EU에 20%는 상당히 높은 관세율”이라며 “미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디지털세 등을 협상 카드로 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가 자국 기업도 옭아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추후 협상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 소비자들의 물가 부담 등을 고려하면 관세 조치가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조민아 윤준식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