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입산 자동차에 부과하기로 한 품목별 관세 25%가 3일(현지시간) 발효됐다. 한국시간으로는 3일 오후 1시1분부터 시행됐다. 한국과 멕시코 등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미국으로 수출할 때마다 25% 관세가 붙게 된다. 평균 1225만원이 관세로 부과될 것으로 추산된다. 상호관세에 자동차는 적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최악은 피했지만 25%의 타격만으로도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당장 미국에서 차량 가격을 올릴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는 3일 “현재로서는 미국 시장에서 가격을 인상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그런 이야기를 하기엔 빠른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현지 재고 등을 고려하면 25% 관세가 적용된 차량은 6월쯤부터 판매될 전망이다. 2개월가량의 여유가 있는 셈이다. 이항구 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재고 차량이 소진되기 전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는 현대차그룹도 가격 인상을 하게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그룹도 가격 정책을 두고 ‘수익성이냐, 점유율이냐’의 갈림길에서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차량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수익성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 모건스탠리(11~12% 인상), 뱅크오브아메리카(4500달러 이상 인상) 등이 자동차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어떤 가격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는 만큼 현대차그룹은 다양한 셈법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에 미국 판매량을 전년 동기 대비 6.1% 끌어올리며 시장점유율을 10.7%에서 18.7%로 확대했다. 그러나 관세 부담으로 가격을 올리면 점유율을 상당 부분 반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KB증권에 따르면 국내 생산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면 약 1225만원의 관세가 붙는다. 이 중 40%만 판매가에 반영해도 미국 판매량은 전년 대비 6.3%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GM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 한국GM은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등 가성비 모델을 수출하는데 관세가 붙으면 경쟁력이 사라진다. 한국시장 철수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
자동차 관세 25%는 한국에만 부과되는 게 아니라는 점도 변수다. 경쟁 업체가 어떤 대응을 펼치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다. 토요타는 최근 “미국 시장에서 자동차 가격을 인상할 의향이 없다”고 공식발표했다. 수익성을 포기하더라도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