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종식에 기여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은 개발자들이 2023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을 정도로 인류에게 획기적인 혁신이었다. 그동안 mRNA 치료제의 구체적인 작동 원리가 밝혀지지 않았으나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그 비밀을 풀었다.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백신 개발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가 이끄는 기초과학연구원(IBS) RNA 연구단이 mRNA 치료제의 구체적인 작동 원리를 파악하고 치료제 효과에 영향을 주는 단백질군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3일 밝혔다.
mRNA 치료제는 유전 정보를 단백질에 전달하는 mRNA의 능력을 활용한다. mRNA가 세포 안으로 진입한 뒤 설계대로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그 단백질이 항원을 만들어내면 신체에 면역이 생긴다. 이 때문에 외부에서 들어온 RNA 정보를 우리 몸이 침입자로 인식하고 제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진은 김명환 IBS 박사후연구원 주도로 수행한 유전자 분석 연구를 통해 세포질 내 TRIM25 단백질이 mRNA를 침입자로 인식하고 제거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TRIM25는 RNA에 결합한 뒤 RNA를 절단하고 분해해 백신의 효과를 떨어뜨린다. 연구진은 변형 염기가 더해진 코로나19 백신에는 TRIM25 단백질이 잘 결합하지 못하기 때문에 백신의 효과가 높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의의는 더욱 효과적인 mRNA 치료제 개발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TRIM25를 회피하는 기술을 개발하면 mRNA의 효능을 높이고 접종에 따른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전염병 백신 외에도 mRNA 기술을 활용한 암 백신과 면역 치료, 유전자 교정에 이번 발견이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교수는 “외부 침입자에 대항하는 세포의 방어 기전에 대한 이해가 한층 넓어진 것이 이번 연구의 성과”라며 “효과적인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앞으로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