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싱크홀 원인 지목된 무분별한 지하 공사 관리 시급하다

입력 2025-04-04 01:10
시민들이 25일 서울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지름 20m, 깊이 20m가량의 싱크홀(땅 꺼짐) 사고 현장을 보고 있다. 오토바이를 몰고 가던 박모씨가 전날 싱크홀에 빠져 사망했다. 이한형 기자

시민을 불안에 떨게 한 싱크홀(땅꺼짐) 사고 10건 중 4건은 부실 공사로 인한 ‘인재’라니 유감이다. 당국은 싱크홀이 발생할 때마다 상·하수관 노후화 등으로 책임을 회피했지만 지하 공사만 제대로 관리했어도 막을 수 있는 사고가 상당했다는 뜻이다. 싱크홀 원인으로 무분별한 지하 공사가 지목된 만큼 안전한 관리가 시급할 것이다.

국토안전관리원의 ‘연도별 싱크홀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20년부터 5년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총 867건이다. 주요 원인은 상·하수관과 기타 매설물 손상 497건(57%), 지하 굴착공사 부실 등이 278건(43%)이다. 시설 노후화도 있지만 사람이 인위적으로 여기저기 지하공간을 헤집어 놓은 결과가 생명을 앗아가는 싱크홀로 이어진 셈이다. 게다가 상·하수관 손상은 깊이 1~2m 싱크홀을 발생시키는 반면, 공사로 인한 싱크홀은 훨씬 규모가 커서 더 위험하다. 2014년 석촌지하차도 인근에 발생한 대형 싱크홀은 지하철 9호선 터널 굴착 공사가 주요 원인이었다. 지난달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망한 강동구 명일동 싱크홀 역시 같은 공사가 주원인으로 거론된다. 그제는 이 사고 지역에서 불과 850m 옆에서 또 싱크홀이 발생했다. 인근 주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서울 강남지역은 싱크홀 발생 빈도가 유독 높다. 지반이 약한 데다 지하철·터널·쇼핑센터 등 과도한 지하개발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금도 곳곳에서 진행 중인 지하 공사가 안전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철저하게 살펴야 한다. 전국의 지하 안전 관리 시스템도 하나로 통합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서대문구 연희동 싱크홀 사고 이후 서울 전역의 땅꺼짐 위험도를 평가하는 지도를 만들어 공사 관계자에게만 공개하고 있는데 시민들도 알아야 한다. 투명한 공개가 싱크홀을 예측하고 미리 막을 수 있다. 땅꺼짐 사고는 단순한 토목 문제가 아니라 생명 안전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