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과 다르면 수용 불가’ 44%인데… 여야 ‘승복’ 입씨름만

입력 2025-04-03 18:58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행정안전위, 문화체육관광위, 보건복지위, 환경노동위 의원들이 2일 서울 광화문 천막당사에서 ‘내란 수괴 윤석열 파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탄핵 기각·각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국민 10명 중 4명 이상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면 수용하지 않겠다고 답한 여론조사 결과가 3일 발표됐다. 응답자 절반가량은 어떤 쪽이라도 헌법재판소 결정에 승복하겠다고 했지만, 야당 지지층을 비롯한 윤 대통령 파면을 바라는 측에서는 ‘기각 시 불복’ 입장이 훨씬 많았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도 여야는 ‘그쪽이 승복하라’는 식의 신경전만 이어갔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3.1% 포인트)에서 ‘탄핵 찬성’ 의견은 57%, ‘탄핵 반대’ 의견은 35%로 집계됐다.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에 대한 ‘승복 여론’은 높지 않았다. ‘내 생각과 달라도 수용하겠다’는 의견은 50%, ‘내 생각과 다르면 수용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44%였다. 탄핵에 찬성 입장을 밝힌 응답자의 51%는 ‘내 생각과 다르면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탄핵을 기각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 중 53%는 ‘내 생각과 달라도 수용하겠다’고 답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와 30대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헌재 판단에 수용 입장을 밝혔지만 40~60대는 반대였다. 정치 성향별로는 진보 응답자의 59%는 ‘수용 불가’ 입장을, 보수 응답자의 51%는 ‘결과 수용’ 입장을 밝혔다. 중도층은 61%가 ‘결과 수용’을, 35%가 ‘수용 불가’ 입장을 드러냈다. 정당별로는 조국혁신당 지지층 70%,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55%, 국민의힘 지지층 40%가 생각과 다르다면 불복하겠다고 말했다.

헌재의 탄핵심판 과정을 신뢰하는지에 대해서는 ‘신뢰한다’와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각각 46%로 팽팽히 맞섰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야는 이날까지도 승복 문제를 놓고 입씨름을 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아 보이자 이에 대한 ‘빌드업’을 하는 건지, 마지막까지 헌재를 압박하기 위한 대국민 겁박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전날 “승복은 윤석열이 하는 것”이라고 한 발언을 공격한 것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민주당은 사실상 불복을 선언하고 대중 봉기를 유도하고 있다”며 “내란 선동이자 이 대표의 대권 탐욕에 아부하는 충성 경쟁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SBS 라디오에서 “학교폭력 가해자가 피해자를 힘들게 만들었는데도 피해자를 향해 ‘앞으로도 그냥 잘 지내라’고 하는 셈”이라며 “왜 피해자인 국민들에게 윽박지르느냐”고 반문했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도 채널A 인터뷰에서 “이 사건 당사자가 이 대표는 아니지 않으냐. 당사자가 아닌 사람에게 승복하라고 묻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최승욱 이종선 기자 applesu@kmib.co.kr